(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파나마 정부는 7일(현지시간)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문을 몇 시간 앞두고 홍콩의 물류 대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과 관련된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파나마 정부가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CK허치슨의 자회사인 '파나마 포트'는 항만 운영을 위한 양허 계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파나마 정부는 계약에 따라 받아야 할 12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의 수익을 받지 못했다.
아넬 플로레스 국가 감사원장은 "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미납된 양허료 문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 결과는 헤그세스 장관의 방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파나마 운하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플로레스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 발표가 헤그세스 장관 방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파나마 정부가 미국을 달래기 위해 중국 기업과 계약을 해지할 명분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CK허치슨은 1997년 계약을 맺고 파나마 운하에 인접한 5개 항구 중 발보아, 클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해왔으며 2021년 기존 운영 계약을 2047년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1월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운하를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표명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한때 관리하던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트럼프는 심지어 파나마 운하를 다시 통제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물리노 대통령이 나서서 CK허치슨과의 파나마 항구운영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2월에는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정을 탈퇴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 나섰고, 결국 CK허치슨은 지난 달 항만 운영권 90% 지분을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약 190억 달러(28조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파나마 항구 운영권이 매각을 앞두게 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CK허치슨의 운영권 매각에 반독점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 조사하라고 산하 기구에 지시한 데 이어, CK허치슨 창업주인 리카싱이 보유한 중국 항만운항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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