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최대 안보 우선순위로 설정한 가운데 동맹국을 향한 관세 폭탄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경제적 방어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국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 같은 파트너 국가들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다른 나라들과의 공통 분모를 찾아 공동전선을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의 미중 무역 분석가인 조 마주르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에 맞서려 하는 다른 나라들과 공통된 이해관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공동 대응을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르는 "트럼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무역 파트너들과 멀어지려 하는 건 그의 대중국 정책의 전반적인 영향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를테면 유럽연합(EU)은 20%의 관세를, 대만은 32% 관세를 부과받는다.
케네디는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른 경제 분야에서의 막대한 이점이 희생될까 우려된다"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꽤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으로도 중국 견제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 외국 군사원조 자금을 동결했지만 대만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를 부여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 등에 안보 우선순위를 두도록 미군 역할의 재편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외 원조를 삭감하고 중국의 선전에 반박하는 통로로 사용되던 자유아시아방송(RFA) 등과 같은 대외 방송에 대한 지원금을 끊은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향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영토 야욕도 표면적으로는 중국 견제였으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미국이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준수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리지 리 연구원은 "대외 원조 삭감이나 RFA 폐지 등 소프트파워를 줄이는 움직임은 의도보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비교적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의 대화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쑨청하오 중국 칭화대 교수는 "우리는 소통 채널을 차단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행동은 상호적인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쑨 교수는 "트럼프는 중국 말고도 여러 일에 몰두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가 주목하는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며 중국이 최대한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고 부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가 퇴임하기 전까지 장기전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담당 수석연구원은 "시 주석은 양보를 피하고 타격을 흡수하며 트럼프가 먼저 물러날 것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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