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9일(현지시간)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나마 운하의 "안전 확보"를 위해 미군이 파나마에 주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파나마 정부가 즉각 거부했다. 한편 이번 방문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파나마운하의 주권이 파나마에 있음을 인정했다.
로이터 및 AFP통신에 따르면 파나마를 방문 중인 헤그세스 장관은 파나마의 초청에 의해 미국이 군대를 순환 배치하고 군사 기지와 해군 비행장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앞서 파나마와 체결된 협정이 "군사 기지, 해군 비행장, 미군이 파나마군과 협력하여 역량을 강화하고 순환 배치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장소 등"을 되살릴 기회라고 말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과 파나마의 안보 협력 강화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헤그세스는 '초청'이나 '합동 훈련' 등의 순화된 말로 표현했지만 미군 주둔은 운하의 단독 소유권을 강한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여기는 파나마 국민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미국은 1989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축출하기 위해 파나마를 침공하여 500명이 넘는 파나마인을 살해하고 수도의 일부를 파괴했던 전력이 있다.
예상대로 헤그세스 장관의 제안 후 파나마 정부는 이를 즉각 거부했다.
프랭크 아브레고 파나마 안보부 장관은 "파나마는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을 통해 군사 기지나 방위 시설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후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 환수를 주장하면서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쁜 수로로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이상(연간 2700억 달러)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틀간 파나마를 방문하며 해당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 파나마에서 미군의 훈련을 심화하기로 한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도출해 냈다.
이 합의 중 파나마 운하에 대한 파나마의 주권을 인정한 것인데 해당 내용은 스페인어판 성명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브레고 파나마 안보부 장관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비공개회의에서 파나마 운하에 대한 파나마의 주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 국방부가 발표한 영어판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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