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9개월 만에 '진짜 홈'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월 5일 이라크(원정), 10일 쿠웨이트(홈)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9·10차전을 갖는다.
홈 팀은 미리 경기장을 지정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전달한다. 추후 변경될 여지는 있지만 이라크는 한국과의 9차전을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한국은 쿠웨이트와의 10차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겠다고 각각 서한을 보냈다.
이로써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해 9월 5일 열렸던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0-0 무승부) 이후 약 9개월 만에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A매치 경기를 갖게 된다.
대표팀은 클럽팀처럼 홈구장이 명확하게 지정된 건 아니지만 '한국 축구의 성지'이자 수도에 자리 잡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사실상 안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논두렁 잔디' 문제로 홍역을 앓느라, 매번 '떠돌이' 생활을 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이라크와의 4차전을 앞둔 한국은 AFC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경기를 치르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했다.
지난 3월 홈 2연전 7·8차전(20일 오만·25일 요르단)을 앞두고는 '빙상 잔디'가 논란이 됐다. K리그 경기 도중 린가드(서울)가 홀로 잔디에 걸려 다치고 공이 굴러가기 어려울 만큼 잔디가 파여 큰 문제가 됐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포기하고 오만전을 고양, 요르단전을 수원으로 뱅뱅 돌았다.
물론 대표팀은 전국 모든 경기장이 홈구장이다. 과거에는 일부러 여러 지역에서 A매치를 치르며 전국적 관심을 끌어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월드컵 예선을 치르며 좀처럼 서울 경기가 열리지 못한 건 손실이었던 게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의 부임 첫 경기를 서울에서 치렀던 한국은 이후 9개월간, 8경기를 더 치르고서야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번 경기에서는 '잔디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뭇매를 맞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예산을 기존 11억원에서 3배 늘린 33억원을 확보하고, 쿨링팬 5대, LED 인공 채광기 2대, Air 에어레이터 1대를 추가로 마련하는 등 긴급 보수에 나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를 복구시켰다.
게다가 6월은 일 년 중 잔디 상태가 가장 좋은 시기라, 모처럼 좋은 잔디 위에서 홈경기를 치를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이 서울로 돌아오면서, 대한축구협회(KFA)는 더 많은 입장권 수익 등 다양한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60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3만7000석의 용인 미르스타디움 등과는 비교 불가한 규모다. 당연히 이는 흥행과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많아진 팬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고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등 보이지 않는 효과도 뒤따른다.
한편 KFA는 11회 연속 본선 진출 시나리오에 대비해 간단한 세리머니도 준비 중이다. 4승4무(승점 16)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3위 이라크(승점 12)와 승점 4점 차로 앞서 있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의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다.
9차전서 무승부만 거둬도 그대로 본선을 확정, 10차전에선 홈 팬들과 함께 본선 진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11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달성할 경우, 의미 있는 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더 많은 팬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된 점도 뜻깊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