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재판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이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 무대에서는 "우리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입니다"고 발언이 나왔다. 이 말을 시작으로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로 쳐들어가자", "돌격이다"를 외치며 헌재 방면에 설치된 차벽으로 몰려들었다.
일부 참가자는 미리 준비해 온 사다리로 경찰 버스 위에 올라 집회 구역을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필사적으로 저지했지만, 이들은 손에 들고 있던 깃발로 경찰을 찌르거나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공격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탄핵 반대 집회가 폭력시위로 되자 경찰은 탄핵 선고 약 3시간 뒤인 오후 2시 20분쯤 최루액 살포를 시작했다. 경찰이 진압에 나서자 일부 시위대는 물러났지만, 이에 항의해 기동대원을 향해 거칠게 달려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있었다.
폭력시위가 확산하자 경찰은 이날 오후 3시쯤 1차 해산명령을 시작으로 오후 6시까지 총 세 번의 해산명령을 내렸다. 오후 7시가 되자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해산하며 그날의 '대혼돈'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 4명이 숨졌다.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 차례 들이받아 소음 측정 버스 위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가 떨어졌고, 70대 남성이 스피커에 맞아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안국역 인근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숨졌다.
당시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폭력 집회 해산까지 약 7시간 40분이 걸린 만큼,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도 이 시간이 현장 안전 관리를 하는 경찰에겐 '골든타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도 8년 전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 경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선고일에 전국에 가장 높은 비상근무 태세인 '갑호비상'을 발령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3단계로 나눠 헌재 주변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1단계로 전날(2일)부터 안전 확보를 위해 반경 150m에 차단선을 구축해 이른바 '진공상태'를 만들었다. 당초 차단선을 반경 100m 구역에 설정할 계획이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추가로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추후 상황을 고려해 2단계로 헌재 반경 300m까지 진공상태 구역을 넓혀 차벽을 치고, 3단계에선 선고 당일 안국역 중심으로 찬성·반대 집회 구역 사이 '완충구역'을 만든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에 비상근무 태세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경찰력 100%를 동원한다. 갑호비상은 치안 사태가 악화하는 등 비상 상황 시 발령하는 경찰 비상 업무 체제로, 경찰 연가가 중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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