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고립·은둔형 외톨이는 최대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증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더해 소셜미디어의 영향과 가족 해체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무조정실이 실시해 11일 발표한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2%(임신·출산·장애 등 1.3% 제외)로 2022년 조사 2.4%보다 2.8%포인트(p) 증가했다.
전국 1만5098가구 1만5098명 중 약 785명(5.2%)은 거의 집에만 머문다고 답했다. 이 중 약 7명(0.9%)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사례까지 새롭게 통계에 포함됐다.
외출 빈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매일 외출하는 청년 비율은 67.9%로 2년 전(70.9%)보다 낮아졌다.
반면 취미만을 위해 외출(1.4%→2.5%)하거나 인근 편의점 방문(1.3%→3.1%)에 그치는 비율은 늘었다.
특히 방에서만 나오거나(0.1%→0.5%) 방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0.0%→0.4%) 등 고립 수준이 심각한 유형이 증가했다.
고립·은둔 이유로는 취업 어려움이 3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간관계 어려움(11.1%) △학업중단(9.7%) △진학실패(2.4%) 순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화가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가속화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저임금 직군이 주로 증가했다.
고학력 청년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며 결국 자발적 실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영세기업은 구인난을 겪으면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심리적 요인도 청년층의 은둔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에서의 비교 문화가 박탈감을 키우고 가족 해체와 학교 폭력 경험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입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취업과 사회생활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노동시장은 구조적 격변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층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대졸 청년이 갈 수 있는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이거나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고립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훈련 확대, 고용보조금 지급, 고용안전 서비스 지원 등 청년 맞춤형 고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립·은둔형 청년의 수는 통계에 잡히는 수치보다 두 배 가량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은둔형 외톨이 규모가 일본(약 130만 명 추정)처럼 100만 명을 넘어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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