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는 요원하다. 여야가 사실상 합의를 눈앞에 두고도 단 1%포인트(p) 차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국민 노후를 볼모로 정치공방만 벌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금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현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엔 완전히 고갈된다. 이후부터 적자가 쌓이면서 2093년까지 누적수지적자 규모는 2경1656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의 비현실적 적자 규모는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 여야는 연금개혁 최대 난제로 꼽히던 '내는 돈' 보험료율을 26년 만에 9%에서 13%로 올리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연금개혁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1%p 차이가 연금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은 45%, 국민의힘은 44%의 소득대체율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1%p 차이는 기금고갈 시기를 2063년과 2064년으로 각각 늦추게 된다. 1년의 차이만 발생하는 것으로,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
기금고갈 시기를 늦출 뿐이라는 점에서 향후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잠시의 시간을 벌 수 있는 개혁안인데도 여야는 1%p를 두고 정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5%를 정부·여당의 안이라며 이를 수용할테니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영수회담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주장을 '거짓말'이라며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며 야당 제안을 외면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앞서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을 위한 영수회담을 거절했다.
여당의 거절로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1%p 이견도 수용하지 못하는 여권을 보면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당의 외면만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연금개혁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던 이 대표는 전날(23일) 유튜브를 통해 갑작스럽게 연금개혁안 처리를 주장했다. 오는 28일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등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국민연금' 카드로 여권을 압박한 것이란 의심이 나온다. 연금개혁안 처리 의지가 있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여당 주장대로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지만, 연금개혁 특위 구성과 논의 등을 진행할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 등을 고려할 때 여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연금개혁 시급성을 강조했다. 대선,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연금개혁이 주요 아젠다로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최소한의 개혁안을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정쟁 속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