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이례적으로 당 비서를 한 명도 대동하지 않고 현지지도에 나서 그 이유가 주목된다.
7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3일 완공을 앞둔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컴퓨터오락관 등 중요 봉사시설의 운영준비 실태를 점검했다.
신문은 이날 현지지도에 "설계기관 및 운영준비기관 일꾼들과 건설부대 지휘관들이 동행했다"라고 언급했는데, 수행자 중 당 비서가 한 명도 호명되거나 사진 및 영상에서 포착되지 않았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현장에는 김재룡 당 규율부장과 김화성 당 중앙위 간부, 현송월 당 부부장 정도가 동행한 것으로 식별된다.
비서국은 분야별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을 지도·통제하는 당 핵심 실무기구로, 통상적으로 각 분야 비서는 김 총비서의 공개 일정에 거의 빠짐없이 동행하며 관련 사업을 챙긴다.
현재 비서국에는 조용원·박정천·리일환·리히용·김덕훈·조춘룡·최동명 등 7명의 비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가운데 경제 담당인 김덕훈 비서는 물론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용원 등 다른 비서들도 동행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현지지도 수행원들의 직급도 낮아졌지만 수행원의 수 자체도 김 총비서의 다른 현지지도와 비교해 단출해진 모습을 보였다. 김 총비서가 지난달 15일 이곳을 찾았을 때 김덕훈 당 비서뿐 아니라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총리 박태성을 비롯해 10여 명의 최고위급 간부가 동행한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 3월 15일 완공을 앞둔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찾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화성과 이야기하고 있다. 박태성 내각총리, 리히용·김덕훈 당 비서 등도 동행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3/16/7181701/high.jpg/dims/optimize)
특히 이는 최근 노동당 비서들의 공개활동이 뜸해진 상황에서 나온 동향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총비서의 '그림자 수행원'으로 불리는 최측근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지난달 1일을 마지막으로 한 달 이상 자취를 감춘 상태고 김 총비서의 주요 수행자 중 한명인 리일환 당 선전비서 역시 올해 1월 2일을 끝으로 북한 매체에서 식별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과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이들이 '특수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5개년 계획을 비롯해 새로운 국가 기조를 수립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거나 국가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비서들에 대한 당 차원의 검열이 진행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월 비서국 확대회의를 열어 남포시 온천군에서 벌어진 당 간부들의 음주 접대 사건 등을 공개 질타하며 당 규율을 엄격히 세울 것을 강조했는데, 이후 고위 간부들 전반에 대한 검열이 이어졌을 수도 있다.
지난 3일 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시계가 밤 10시를 넘긴 것으로 미뤄 이번 현지지도가 한밤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김 총비서가 기강 잡기 차원에서 예고 없이 심야 시찰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최근 박정천(군사), 조춘룡(군수) 등 군 관련 비서들은 주요 군 일정에 변함없이 동행하고 있지만 그 외 경제·민생 현장에서는 당 비서들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이한 지점이다.
이번 화성지구뿐 아니라 다른 시찰 보도 사진에서도 당 중앙위 간부로 호명되는 김화성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더 부각되고 있다. 김화성은 정확한 당 내 직책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주로 경제 부문 시찰에 빠짐없이 동행하며 김 총비서의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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