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하나도 건질 게 없어요."
14일 새벽 화마가 덮친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시장 내 240칸 중 38칸(점포 17곳)이 불에 타면서 곳곳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부속품들이 널브러져 있고 일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화 후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잔해 사이로 여전히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옷가지들은 성한 것이 하나 없었다.
생선 가게에 있는 소금 포대는 열기로 인해 녹았고 소금도 그을려 쓸모를 잃은 모습이었다. 홍어와 장어 등 생선은 보관된 통째로 불에 탔고 냉장고 내부에 있던 물건도 모두 검게 변했다.
찹쌀과 팥 등 곡식을 파는 점포는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하듯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점포 인근 바닥에는 쓰이지 못 한 소화기가 검은 재를 뒤집어쓴 채 나뒹굴었다.
신발 가게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 했다. 선반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주방화 등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신발은 녹아내려 빨간색, 주황색 등 색깔만으로 어렴풋이 신발임을 가늠케 했다.
인근 주민들은 "오메 이게 무슨 일이냐", "다 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30년 간 신발 가게를 운영한 70대 점주 A 씨는 "가게가 6칸인데 모두 불에 타버렸다"며 말을 잇지 못 했다.
10년 째 생선 가게를 하고 있는 점주 B 씨(70대·여)는 "자다가 전화가 울려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설마 시장에 불이 났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새벽에 버선발로 나와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가게에 있는 물건 중 싼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소금부터 홍어, 장어 등 물가가 올라 비싸고 장사가 안돼도 어제가 장날이라 다 들여놨었다. 건질 것이 하나 없다.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생의 터전으로 50년 간 자리잡은 곡물가게도 마찬가지였다.
80대 C 씨(여)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나왔는데 미쳐버릴 노릇이다"며 "팥 2㎏ 한 되에 3만 5000원 등 비싼 물건이 수두룩하다. 장사가 안 되는 마당에 이게 대체 뭐냐"며 하염없이 가게를 바라봤다.
화재는 이날 오전 1시 2분쯤 발생했는데 자동 화재 속보기를 통해 화재를 인지한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인근의 국밥집 업주도 다음 날 장사 준비를 위해 늦은 퇴근을 퇴근을 하던 중 어디선가 '타닥 타닥' 소리를 듣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당국은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 전체를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해 50분 만에 불을 껐다.
시장 점포 17곳을 태운 불은 소방서 추산 4억 3741만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정밀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송정5일시장은 1964년 개설된 광주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매장 면적은 2592㎡ 규모의 준주거지역시장이다.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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