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2022년 부산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조치 미비 등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관계자들에겐 징역형, 원청 관계자들에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청 형사1단독(정왕현 부장판사)은 23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대표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원청) 대표 C 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3년 집행유예와 120시간 사회봉사, 원청 소속 크레인 운전기사 D 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했을 때 이 사건 범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특히 C 씨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1월 2일 오전 9시 42분쯤 부산 기장군 한 공장 신축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E 씨(42)의 추락 사망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부산에서 두 번째로 사업자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것이다.
E 씨는 불법으로 개조한 화물 크레인 위에 고소(高所)작업대를 설치하던 중 임시로 체결된 작업대와 함께 2m 높이에서 추락했다. 276kg에 달하는 작업대에 깔린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5일 뒤 끝내 사망했다.
E 씨는 하청 소속 노동자로 근로한지 5개월 만에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E 씨는 화물 운반용으로 사용해야 할 차량에 탑재형 크레인을 불법으로 개조했던 곳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재판부는 제대로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늘 판결의 선고형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며 "재판부는 피고의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부산지방법원에서 '사업주가 고의로 중대재해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님에도 형사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법률 심판 제청 신청 결정을 하기도 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원청에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청은 이윤만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이 지게하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막아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며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는 것이 기업에 가장 큰 이익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사법부의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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