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금준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경제계를 뒤덮었던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의 리더십 공백으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한 25%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대응에는 다소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여야정이 조기 대선까지 당면 위기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이자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2024년 12월 14일)로부터 111일 만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후 대한민국 경제계는 불확실성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원화 가치가 연일 하락했다. 최근에는 1500원 돌파 가능성마저 제기될 정도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긴 적은 IMF 외환위기(1997년), 금융위기(2008년), 레고랜드 사태(2022년) 세 번뿐이었다. 계엄 쇼크로 코스피는 연중 최저, 코스닥은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국내 불확실성은 커져만 갔고 이는 경영 활동의 주요 걸림돌이 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지난해에 비해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이 34.3%로 가장 많았다.
헌재의 이날 탄핵안 인용 판결로 계엄·탄핵 정국이 종결됨에 따라 그간 경제계를 짓눌렀던 대내 불확실성은 일부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간 국내 경제는 대외(트럼프 관세 등 경제정책) 및 대내(계엄 이후 리더십, 정책 공백) 불확실성에 직면해 왔다"며 "이번 (탄핵) 인용 결정으로 국내 불확실성은 우선 해소됐다"고 전했다.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더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예상보다 높은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는데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도 곧 발표할 계획이라 국내 기업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 수출량이 많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5조 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고율의 상호 관세를 책정하면서 이 지역을 생산기지로 두고 있는 전자업계 역시 비상이다.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국정을 맡게 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긴밀하게 대미 협의를 추진 중이지만 리더십 공백 사태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이 공식화하면서 국가 리더십 공백 상황은 대략 60일 정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역시 절실한 상황이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쉽사리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추경 편성에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한목소리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판결을 계기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정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경제·민생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협치의 리더십을 촉구했고 노사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는 사회 안정, 우리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속한 국정 정상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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