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후 가까스로 탄핵만 피했다. 그러나 전방위적 퇴진 압박에 윤 대통령이 국정 능력을 상실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현 정부 정책 과제들의 동력 상실 우려가 커지며 대왕고래·밸류업·원전 등 관련주들도 연일 하락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한국가스공사(036460)는 전거래일 대비 600원(1.85%) 하락한 3만 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직접 브리핑에 나설 정도로 공들여 챙긴 동해 석유·가스전 관련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핵심 관련 종목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거래일 동안 22.18% 하락했다. 정부와 대왕고래 탐사시추를 위한 보급선 용선·용역 계약을 맺은 화성밸브(039610) 주가도 같은 기간 30.47% 급락했다.
이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 여부가 자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 5700만 원에서 497억 2000만 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상태다.
산업부는 '프로젝트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 돌입한 국회에서는 대왕고래 관련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윤 대통령이 올해 초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하고, 민생토론회까지 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밸류업 대표 수혜주로 꼽힌 금융주 역시 지난 3일 이후 연일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KRX 300 금융' 지수는 지난 4거래일 동안 143.69(11.96%) 하락하며 이날 1057.41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KB금융(105560) 18.18%, 신한지주(055550) 10.11%, 하나금융지주(086790) 13.33%, 우리금융지주(316140) 10.99% 등 주요 은행·금융지주의 주가는 두자릿 수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주의 약세는 올해 상반기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이들 종목을 대거 매수한 외국인들의 이탈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 사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3762억 원을 순매도한 KB금융으로 나타났다.
신한지주도 1175억 원으로 이 기간 순매도 3위를 기록했으며, 하나금융지주(578억 원·7위), 메리츠금융지주(138040)(282억 원·13위) 등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행정부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인도가 타격을 받게 됐고,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아왔던 섹터 및 업종들이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라며 "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상적 추진에 대한 의구심도 짙어졌다"고 말했다.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에 방산·원전 등 윤 정부에서 수혜주로 꼽히던 종목도 연일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방산 분야에서는 9조 원대에 달하는 K2 전차의 폴란드 추가 수출의 연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정 혼란에 윤 대통령도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며 폴란드 측에서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간거래(G2G)로 이뤄지는 방산산업의 특성상 수출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 방문 일정을 취소했으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방한을 취소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방산은 내수 중심의 산업이었으나, 현재의 방산은 수출 비중이 높아진 글로벌 산업"이라며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집중된 현 시점에서, 특히 불안함에 기반한 관심인 것을 고려할 때 무기 체계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기대감이 흔들리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17.58%, 현대로템(064350) 17.07% 등 주요 수출 방산업체 주가도 급락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성과로 꼽히는 체코 원전에도 국내 정치 불안이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 제기되며 두산에너빌리티(034020) 17.83%, 한전기술(052690) 28.19%, 등 원전 관련주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연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불발 이후, 정국 불안정성이 오히려 강화되며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실행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계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