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10월부터 정부가 꼭 필요한 의료기기의 수급을 관리 감독하는 '국가 필수의료기기 제도'가 시행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드러났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기기도 많았던 만큼 수급 동향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10월을 목표로 국가 필수의료기기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왔는데, 이 같은 개념을 의료기기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수입 의존 의료기기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산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국가 차원의 관리를 강화해 나간다. 중증질환자 등에게 치료 목적 사용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임상시험 중인 의료기기 현황을 공개하고 사용 신청 절차 등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성홍모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료기기의 수급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 필수의료기기의 범위와 지정 요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10월까지 제도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9년부터 희귀 및 난치 질환자에게 필수적이자 국내에 대체품이 없는 의료기기를 국가가 직접 해외 제조원으로부터 수입해 의료기관에 신속하게 공급하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제도는 예방적 관리보다 사후 대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환자나 의료기관이 도입 신청을 한 뒤 조치가 이뤄지므로 사전 대비 역할을 하기 어렵다.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려웠다.

특히 지난 2019년 미국 의료기기 업체 고어 사(社)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국에 인조혈관 등 심장 수술 재료 공급을 중단하면서,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이 긴급 수술 기회를 놓치는 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 2021년 4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기기로써 생산 및 수입을 중단하는 경우에 한해, 그 사유와 중단 계획 등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생산 수입 중단 보고 대상 의료기기 및 보고 방법'을 고시로 제정했다.
이 제도 또한 생산 및 수입 중단일 180일 전까지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어서 업체 대응이 늦어지면 정부 조치도 뒤따라 더딜 수 있다. 보고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아, 공급 중단에 신속히 대응하기 힘든 편이었다.
관련 제도들의 한계점을 경험한 식약처는 국가 필수의료기기 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4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측에 연구 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국가 필수의료기기의 범위 설정과 개념 정립, 지정 대상 기준·범위, 특성별 분류 등을 진행했다.
성홍모 과장은 "여러 부처와 해외 수입 의존 의료기기의 국산화 기술 개발 지원 시범 사업도 마련하겠다"면서 "국가 필수의료기기는 중증 응급 환자, 희귀 난치질환자에게 필요한 것들로 구성할 생각이다. 꼭 필요한 치료를 놓치는 환자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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