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제협력특사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드미트리예프가 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고 평화 협정과 대규모 금융 경제 협력 추진 의사를 드러내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관계 개선 시도는 푸틴의 트럼프에 대한 냉정한 계산에 기반하고 있다고 러시아 전문가는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 협상은 러시아가 새로운 조건을 내건 탓에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푸틴을 향해 "매우 화가 났다"며 러시아산 석유 '2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한 전직 크렘린궁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푸틴과 트럼프는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합의할 수 있다"며 "이 맥락에서 두 사람의 의도는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푸틴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편입 의지에 대해 "미국 새 행정부의 과장된 발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지난달 28일 동조했다.
우크라이나 첫 서방 성향 대통령인 빅토르 유셴코의 비서실장을 지낸 올레 류바추크는 "비즈니스 거래를 제안하고 위트코프 같은 사업가를 통해 관계를 구축하는 건 크렘린궁이 오래 전부터 사용한 검증된 방식"이라며 이는 트럼프에게 직접 접근하려는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고위 외교관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크렘린궁이 드미트리예프를 협상에 참여하도록 지정한 건 트럼프의 사업 감각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하버드 출신인 드미트리예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첫 종전 협상을 이끈 러시아 측 인사이며, 위트코프와 협력해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회장으로 있다. 푸틴과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대상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2022년 당시 "푸틴과 측근들은 RDIF와 드미트리예프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과는 과거 인연을 쌓았다. 트럼프의 첫 임기 때인 2017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사업가 조지 네이더를 통해 트럼프 지지자이자 민간군사기업 설립자 에릭 프린스 간 비밀 회동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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