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김예슬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시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첫 협상을 마친 러시아에서는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적당히 성공한 코미디언인 젤렌스키는 미국과 트럼프 없이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특히 오랫동안 대선이 치러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문제삼고 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며 "그가 잘하는 일이라곤 바이든을 다루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2022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계엄령 선포 및 전시내각 구성으로 인해 선거가 연기되며 6년 가까이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3월 차기 대선이 치러졌어야 했다.
트럼프는 "선거 없는 독재자인 젤렌스키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고까지 위협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시작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연일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전날에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에 대해 "지지율 4%짜리 대통령"이라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는 것을 두고는 "매우 실망했다"며 "3년 동안 전쟁을 하고 있고 끝냈어야 했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고 협상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쟁 시작의 책임을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발언이다.
젤렌스키를 향한 트럼프의 이러한 적대감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신속히 끝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협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젤렌스키는 미·러 종전 협상이 우려대로 러시아에 기울어진 채 출발하자 트럼프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날 우크라이나 방송에 출연해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사실상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 50%를 넘는 지지율을 언급하며 "지금 누구든지 나를 바꾸고 싶어 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젤렌스키는 "우리는 많은 허위 정보가 러시아에서 오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허위 정보의 공간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수사는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직 푸틴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푸틴과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평화와 함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20일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특사와 만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협정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도 없이 광물 50%를 요구한 점을 지적하며 "이 자원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팔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연일 비판하는 것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급속도로 관계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평화 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좋은 자리였다"고 평가하며 푸틴 대통령과 이달 내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드론 생산 공장을 방문해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우리는 상호 관심을 갖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해 모든 첨예한 사안들을 다루는 데 있어 러시아와 미국 간 신뢰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이번 회담의 목적은 양국 간 신뢰를 높이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만남은 준비가 되어야 한다"며 "트럼프를 기꺼이 만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서로 가까운 관계는 아니지만 그가 대통령이었던 4년 동안 우리는 만나서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를 만나고 싶고,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전화통화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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