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밝힌 제47대 미 대통령으로서의 취임사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의 미국은 '쇠락하는 국가'였으며, 본인만이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인물이라는 특유의 자신감이 잔뜩 담겨 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이익만을 좇는 '고립주의' 접근법에다 적극적인 영토 확장을 추구하는 '팽창주의'를 가미함으로써 1기 재임 때보다 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밀어붙일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우선주의 2.0'이다.
트럼프가 이날 워싱턴DC 의회의사당의 로툰다홀(중앙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30분간 밝힌 연설을 관통하는 것은 '미국의 영광을 다시 찾는다'로 요약된다.
그는 '트럼프 2기' 시작으로 바이든 정부 하에서의 쇠퇴로부터 변화의 물결과 구원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 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며 "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을 누리고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바이든 정부에서는 번영과 존경이 없는 나라였다는 뜻이 된다.
본인이 '이 나라를 구할 인물'이라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암살 시도를 받았으나 가까스로 생존한 것을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를 거론하며 "지금도 더욱 확신하는 것은 내 목숨이 구원을 받은 점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만들기 위해 하나님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일련의 역사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정리,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등을 거론했는데, 이는 주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은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며 "나는 즉시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 시스템의 개편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취임식 후 워싱턴DC에 위치한 실내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군중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 같은 행정명령들에 줄줄이 서명했다. 지지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이번 취임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팽창주의의 등장이다. 그는 이날 △멕시코만(灣)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고 △북미 최고봉 데날리 산의 이름을 매킨리 산으로 바꾸며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했다.
이는 모두 '영광스러운 미국'을 드러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히며, 과거 강대국이 약소국을 억눌러 식민지로 만들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제국주의'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트럼프 2기의 미 우선주의는 이로 인해 '트럼프식 신(新)제국주의'로도 해석되는 모습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멕시코만은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 미 5개 주에 걸쳐 있으며 "트럼프가 이번 재임 기간 중 장려를 공언한 해양 석유 생산을 위한 주요 지역 중 하나"이다.
또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 북쪽이 위치한 데날리 산이 매킨리 산으로 변경되는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조치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오바마는 매킨리 산의 이름을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연방정부 간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이유로 이들의 언어를 사용해 데날리로 바꾼 바 있다. 데날리는 '높은 곳'이란 뜻이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멕시코만과 데날리 산의 이름을 변경하는 것은 '미국의 위대함'을 기리는 데 목적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산의 이름을 다시 돌려놓는 이유에 대해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통해 우리나라를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하기도 했다.
매킨리 산은 1917년 윌리엄 매킨리 제25대 미국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명명됐다. 공화당 소속 매킨리 대통령은 고율의 수입관세와 스페인 함대를 궤멸시킨 전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은 미국에 병합됐고, 쿠바는 미국의 점령하에 놓이게 됐다.
파나마 운하는 과거 미국이 건설 및 운영해오다가 1970년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운하 관리권을 파나마 정부에 완전히 넘긴 바 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에 바보 같은 선물을 준 결과"라며 "미국 선박들은 엄청난 과금을 부과받고 있으며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파나마 운하에 대한 반환 주장은 트럼프의 '중국 견제'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데, 중국과 파나마가 여러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는 이날 이를 부풀려 "무엇보다도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에 파나마 운하를 넘겨준 게 아니라 파나마에 넘겨준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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