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아시아 정상을 향하던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의 여정이 4강에서 마무리됐다.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강호이자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맞아 잘 싸웠으나 승부차기로 석패, 결승행이 좌절됐다.
선제골을 넣었고, 종료 직전까지 리드를 유지해 승리가 눈앞에 보였는데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을 내줘 승부차기까지 간 내용이니 더더욱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고 곧 더 큰 대회가 다가오니 잘 복기해 소중한 약으로 삼아야겠다.
백기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18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타이프 오카드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4강에서 정규시간을 1-1로 마친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졌다.
한국은 전반전 막바지에 터진 오하람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추가시간이 다 지날 때 VAR 판정 끝 선언된 페널티킥으로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동점골을 내준 상황을 빨리 털어버려야 했지만 어린 선수들이어서인지 멘탈이 흔들렸고 체력은 바닥이 난 상황. 맥 빠진 상황에서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키커들의 실수가 잇따랐고 결국 고배를 들어야했다.
2023년 대회 결승에서 라이벌 일본에 0-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한국 U17대표팀은 그때의 아쉬움을 씻고 1986년과 2002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아시아 정상을 노렸으나 결승 문턱에서 좌초했다.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 경기다. 경기 초반 사우디의 거센 흐름을 잘 막아낸 한국은 서서히 주도권을 찾아왔고 30분 이후 골에 가까운 장면들을 만들어내다 전반전이 마무리되기 전에 오하람이 선제골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했다. 적진이라 더더욱 값졌던 선제골이다.
후반전은 사우디 분위기였다.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사우디는 만회골을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우리도 간간히 좋은 장면이 있었으나 전체적인 흐름은 사우디의 것이었다. 가뜩이나 체력이 소진된 대회 막바지인데 수비하는 상황이 늘어나자 조직력도 개개인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래도 잘 버텼는데, 주어진 '추가시간 9분'이 끝날 때 비극이 벌어졌다.
사우디 프리킥 찬스에서 첫 슈팅이 박도훈 골키퍼의 손끝을 거쳐 골대를 맞고 흐른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세컨드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휘슬이 울려 PK가 선언됐다. 추가시간 종료까지 채 20초도 남지 않은 시점이고, 상대가 하필 개최국이라 선수들이나 관계자들 머리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지배할 수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그게 축구고 경기는 끝나야 끝난다.
얄궂게도, 앞서 8강에서는 한국이 아주 유사한 형태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5일 타지키스탄을 상대한 백기태호는 후반 22분 정현웅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38분과 40분 잇따라 동점골과 역전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1-2 스코어로 정규시간이 종료됐고 추가시간도 7분 가까이 흘렀으니 패색이 짙었다. 그때 상대의 핸드볼 파울이 발생했고 VAR 확인 끝 페널티킥이 선언돼 기사회생했다. 벼랑 끝에서 탈출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포효했고 타지키스탄은 좌절했다. 사우디전 그림과 완전히 반대였다.

당장은 아프지만 앞길이 창창한 선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마냥 손해는 아니다. 이런 경기를 경험한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다. 많은 지도자들은 "경기를 잘 끝내는 것도 실력이고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기고 있는 경기를 승리로 끝맺는 것, 질 수 있는 흐름을 버티고 막아 어떻게든 무승부로 만드는 것도 그 팀의 저력이다.
지고 있다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 말아야한다는 것을, 앞서고 있을 땐 흥분해 덤비지 말고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을 한국 축구 미래 주역들이 사흘에 걸쳐 배웠다.
현재 백기태호 멤버 중 다수는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공산이 크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겸하는 무대였는데, 한국은 8강 진출로 이미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진짜 중요한 월드컵을 앞두고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론과 교육만으로는 정확하게 흡수할 수 없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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