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만, 팬심을 드러낼 때만큼은 적극적이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김길리(21·성남시청)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찐팬'임을 인증하며 활짝 웃었다.
김길리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그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3관왕의 최민정(27·성남시청)과 함께 여자 쇼트트랙의 선전을 이끌었다.
대회 직전 열린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무려 5관왕을 차지했던 김길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종목이었던 여자 3000m 계주에선 결선에서 본인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좌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길리는 "첫 아시안게임이었는데, 아쉬운 부분도 많이 남는다"고 돌아본 뒤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몇 번 더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으니 이번 대회를 계기 삼아 더욱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길리는 세리머니로도 주목받았다. 개인전인 1500m에서 우승한 그는 시상식에서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 세리머니는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최연소 30(홈런)-30(도루)을 달성했던 김도영은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 때 이 세리머니를 자주 선보였다.
그간 SNS 등에서 여러 차례 KIA 팬임을 숨기지 않았던 김길리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찐팬'임을 선언했다.
다른 질문을 받을 때면 오랜 생각 후 짧은 대답을 내놓곤 하던 그지만,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김길리는 "이번에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KIA 팬으로서 그 기운을 받고 싶었다"면서 "정상에 올라갔을 때 김도영 선수의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비슷하나 김도영의 세리머니와는 '차별화'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길리는 "김도영 선수의 세리머니는 손을 위로 뻗는 느낌인데 나는 조금 다르다"면서 "어쨌든 김도영 선수 비슷한 세리머니로 좋은 기운을 더 받고 싶었다"고 했다.

김길리 역시 김도영처럼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는 주니어 무대를 제패한 뒤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냈다. 최민정이 휴식을 취했던 2023-24시즌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스케이터로 공인받기도 했다.
최민정이 국가대표팀에 돌아온 올 시즌에도 여전히 활약 중인 김길리는 내년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는 선수다. 김길리 역시 이제는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다"면서 "다만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선 선발전도 치러야 하고, 아직 올 시즌 세계선수권도 남아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부족한 점을 채우고 발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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