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체인지업' 고영표의 귀환…"오타니 와도 스윙 끌어낼 수 있어"

4G 연속 호투, 상대팀도 "오다 사라져" 감탄…"희귀한 구종"
직구 133㎞/h 불과하지만…"구속보단 구위, 받칠 구종도 연마"

본문 이미지 - 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고영표(34·KT 위즈)가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고 다시금 날아오르고 있다.

핵심은 결국 주무기 체인지업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춤을 추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상대 팀 타자들 마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고영표 스스로도 자신감이 올라왔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맞대결한다고 해도 한 번쯤은 스윙을 끌어낼 수 있다"며 기세등등하다.

고영표는 올 시즌 현재까지 4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했다. 타선 지원이 더뎌 승수를 많이 쌓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은 훌륭하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5일 두산전에서 4⅔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한 것을 제외하고는 연이은 쾌투 행진이다.

3월 30일 롯데전 6이닝 2실점, 8일 NC전 7이닝 1실점, 15일 KIA전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탈삼진 개수는 5개, 6개, 10개, 11개로 늘어나고 있다.

고영표는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였다. 군 전역 후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2023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찍었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 후반에서 3점대 초반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많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긴 이닝을 소화하는 '꾸준함'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KT도 그런 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고영표와 5년 107억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일찌감치 묶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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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그런데 다년 계약 첫해 고영표에게 부침이 왔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고 돌아와서도 좀처럼 예전의 위용을 보이지 못했다. 18경기 6승8패 평균자책점 4.95. 포스트시즌 불펜투수로 분전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고영표는 "지난해 힘든 시즌을 보냈다. 체인지업이 밋밋해지면서 주무기가 오히려 상대의 먹잇감이 됐다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잠수함 전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코치,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고영표는 결국 해법을 찾았다.

그는 "작년에 부상을 당하면서 공을 놓을 때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컸다"면서 "그 부분에 집중하면서 체인지업의 구위 회복에 집중했다"고 했다.

노력 끝에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완벽히 살아났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하면서 타자들이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15일 KIA전에선 99개의 공을 던지며 절반 이상인 52개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는데, 스윙률이 무려 77.4%에 달했다. 앞선 3경기 평균(60.2%)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정타는커녕 배트에 공을 맞히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날 고영표를 상대한 KIA 타자들은 "공이 오다가 사라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고영표가 내려간 뒤 결승 홈런을 때린 최원준은 "많이 상대해봤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치기가 어려웠다. 오타니가 와도 못 칠 것 같았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 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고영표는 후배의 찬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맞붙는다면 한 번은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이드암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희귀하다. 내 공이 빠르거나 위협적이라서가 아니라 본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고영표의 직구는 올 시즌 평균 시속이 133㎞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30㎞ 중후반을 유지하던 것이 더 떨어졌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제대로 맞히지를 못한다.

고영표도 구속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결국 구속보다는 구위다. 삼진이 최근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고영표가 구속을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무기를 가다듬는 데 집중하면서 제 살길을 찾은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고영표는 체인지업을 뒷받침할 구종도 부지런히 연마하고 있다. 좌타자를 상대할 '커터'다.

그는 "왼손 타자가 나를 상대할 때는 의식적으로 '어퍼 스윙'을 하는 게 보인다. 그 반대 구종을 보여주면 공략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서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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