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000만 관중 시대…흥행 보다 '안전한' 야구장이 먼저다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사고로 관중 한 명 사망
올해 폭발적 흥행 예상…더더욱 세밀한 관리 필요

창원NC파크를 찾은 야구팬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창원NC파크를 찾은 야구팬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에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프로야구 경기를 즐기러 온 관중이 떨어진 야구장 내 구조물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어야 할 야구장에서 예기치 않은 참담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달 29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경남 창원NC파크에서는 3루 방향 매장 위쪽 외벽 창문에 달린 무게 60㎏에 달하는 알루미늄 소재 루버가 추락, 관중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관중은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었지만 사고 이틀 뒤인 3월 31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났지만, 관중이 사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기장이 낙후되고 관람 문화가 성숙하지 않던 시절도 아니다. 1000만 관중이 몰리는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프로야구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1088만7705명이 야구장을 찾으며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 흥행 열기는 더 뜨거울 전망이다. 시즌 개막 2연전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고, 1일 현재 39경기에서 총 73만3284명이 입장했다. 39경기 중 무려 24경기에서는 입장권이 다 팔렸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8802명으로, 지난해 1만5122명보다 30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본문 이미지 - 야구장에서 파울 타구를 피하는 관중.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야구장에서 파울 타구를 피하는 관중.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창원NC파크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는데, NC는 시즌 첫 매진을 달성한 날에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야구 경기는 다른 종목보다 관중이 다칠 위험이 크다. 야구팬이 관중석으로 날아오는 파울볼에 맞아 다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는 관중이 높은 난간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난 적도 있다.

과거 대구 시민구장 등 낙후된 야구장에서는 곳곳에 균열이 나 선수는 물론 관중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풍에 야구장 지붕이 뜯겨나가거나 외야 기둥이 붕괴하는 일도 있었다.

2013년부터 하나둘 최신식 야구장이 들어서면서 경기장 안전 문제는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도 아니었다.

본문 이미지 - 롯데 자이언츠는 1986년부터 부산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김영훈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1986년부터 부산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김영훈 기자

이번 구조물 추락 사고로 야구계는 큰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야구장 안전 문제는 선수 부상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관중도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또한 비단 창원NC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야구장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사고라는 인식도 갖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야구장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구단은 미비한 부분을 보강하고 불필요한 부착물을 제거하는 등 세밀하게 시설물을 점검했다. 또 KBO는 각 구장을 찾아 안전 여부를 재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지어진 지 오래된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 LG, 롯데 자이언츠는 더더욱 세밀하게 살폈다. 제발 이런 안전점검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2025.3.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2025.3.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는 몰려드는 야구팬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도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는 뜨겁다. 1일 전 경기가 취소된 프로야구는 2일부터 재개하는데, 이번 사고에도 이미 수만 장 팔린 입장권 취소 사례는 거의 없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 유치에 나선 프로야구의 올해 최우선 목표는 바뀌어야 한다. '안전한' 야구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프로야구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 팬들이 경기장에 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최상의 경기력, 다양한 마케팅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누구든지 다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커진다면 프로야구는 외면받을 수 있다.

야구계는 다시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후속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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