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시간 얼마 없다"…제자들에게 회장님 술 접대시킨 교수, 결국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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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한양대 무용학과의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술 접대를 강요하고 갑질을 일삼아 결국 해임됐다. 술 접대 자리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MBC에 따르면 한양대 에리카 무용예술학과 박 모 교수는 지난 2022년 4월 오후 6시쯤, 서울 강남의 한 소고기 전문점에 2학년 학생 9명을 소집해 술과 노래, 춤을 강요했다.

이 자리에는 '장학사'라고 소개한 중년 남성도 있었는데, 박 교수는 "이 자리를 후원해 주실 분이고 앞으로도 너희들 이렇게 후원하고 도와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식사를 마친 후 장학사라는 남성이 학생들에게 명함을 건넸는데, 명함에는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석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계속 2차를 가자고 했다. 학생 중 일부는 통금 시간이 있어서 안 된다, 집에 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강압적으로 2차까지 데려갔다. 이후 박 교수는 명함을 수거해가며 "절대 SNS에는 올리지 말아라"라고 당부했다.

공개된 녹취에는 박 교수가 학생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듯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 교수는 "원샷, 시간이 없다 얘들아. 놀 시간이 우리에겐 얼마 없어. 아 역시 한국무용은 술도 잘 마셔"라고 말했다.

술을 못 먹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억지로 마셨고, 박 교수는 분위기를 띄우라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까지 추게 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생끼리의 춤 배틀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무용과 학생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시상식을 하겠다며 돈봉투를 꺼냈다. 학생들이 받은 돈봉투에는 5만 원권으로 40만~50만 원가량이 들어 있었다.

밤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정 회장은 "나는 너희들만 있으면 평생 같이 놀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힘든 거 없냐, 부모님 뭐 하시냐는 질문 하면서 허벅지를 토닥거리기도 하고 허벅지에 손을 얹거나 어깨를 토닥거리는 모습들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끝난 뒤 일부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수치감과 죄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곧바로 문제를 제기할 순 없었다. 무용 분야에서는 학점부터 진로까지 교수의 권한이 절대적이기 때문이었다. 박 교수의 요구가 더해지자 학생들은 지난해 5월 교수를 교내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한양대는 무용 예술학과 재학생 전원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술자리 접대 외에 갑질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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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가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그렇게 살이 찌면 무용이 되냐"고 비하하고 "몸 좋은 사람을 사귀어라" 등 성희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학생은 "(실기) 교습 자체를 본인이 원하는 특정 강사에게 유료로 지도받기를 강요하셨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에 압박을 준다든가"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인당 20만 원까지만 살 수 있는 안산시 지역화폐를 사면 10%를 덤으로 준다는 걸 악용해 무용과 학생 9명에게 지역 화폐 대리 구매를 시키기도 했다.

박 교수는 술 접대를 강요한 적 없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마신 거라고 주장했고, 학생들이 폭로한 다른 의혹들도 부인했다.

하지만 한양대는 지난 11일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박 교수의 성희롱과 인권침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보고 박 교수를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박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학과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문제없다"며 기각했고, 학생 측과 함께 의혹을 폭로한 조교들까지 고소했지만 경찰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한편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정 회장 측은 "해당 술자리는 박 교수가 초청해서 함께 한 것이고 노래주점은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돈봉투는 차비 명목으로 남녀 모두에게 건넸고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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