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영남 지역 산불 현장에 일명 불구름으로 불리는 ‘화재운’이 형성돼 화재 진압에 방해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운은 일반적인 구름과 달리 비를 내리지 않고, 마른번개와 공기 유입 등 불길을 강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 또 다른 화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규모 확산을 시작한 영남권 산불은 위성에서도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천리안위성 2A호나 미국항공우주국(NASA) 지구과학 데이터 시스템(ESDIS) 등에는 산청과 의성·안동 등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 연기는 점차 두께와 너비를 넓히며 산불 확산세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중 일부는 불구름인 '화재운'(flammagenitus)으로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운은 산불이 만든 구름으로, 뜨거워진 공기와 연기가 어우러져 생겨난 적운 등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화재운은 800도 이상 가열된 공기가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어내고, 초목을 태워 그 안에 있던 물이 증발하며 결합해 만들어진다.
화재운은 과거 비행운처럼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걸로 취급됐으나,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세계기상기구(WMO)의 구름도감을 통해 2017년 3월 '공식 구름'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화재운은 비를 내리는 일반적인 구름과 달리, 산불 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승 기류로 인해 더 많은 산소가 구름 아래로 유입돼 불길을 강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기상청은 '기상과학 이야기'를 통해 "화재운이 발생한 자리엔 저기압이 발달해 공기가 수렴하는데, 이는 부채질로 불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화재운은 응결핵(연기 입자)이 지나치게 많아 물방울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화재운을 구성하는 빙정 입자 간의 충돌은 마른번개를 유발해 또 다른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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