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마다 '지휘 일원화' 지적…"대응체계 개편 필요"

최악 피해에 정부도 산불 대응 시스템 전면 점검
전문가 "지휘체계 일원화하고 역할 분담 명확히"

경남 산청·하동 산불 8일째인 28일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CH-47)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경남 산청·하동 산불 8일째인 28일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CH-47)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정우용 이성덕 기자 = 경북과 경남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고 서울 면적의 80%(4만8000여㏊)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져 초기 진화에 실패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열흘간 이어진 뒤에야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번 산불로 기존 산불 대응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지휘 체계 개편과 대응 시스템 전반에 걸쳐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소방청-지자체…산불대응 시스템 전면 점검 필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급변하는 기후에 따른 대형 산불에 대비해 정부의 대응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잔불 수습 이후 대응 체계 전반을 검토하고, 지휘 체계 조정 여부도 유관기관 간 논의를 거쳐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체계는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총괄하고, 인명 피해 우려 등 상황이 커지면 소방청이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여기에 산불 규모에 따라 지자체장, 도지사, 산림청장 등으로 지휘 주체가 달라지는 구조까지 더해져, 상황 판단과 실행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여기에 진화 인력 상당수가 고령자였고, 고지대 장비 접근 제한, 강풍에 따른 헬기 운용 차질 등 현장 여건도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산림 대부분이 소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구성된 데다, 불길을 차단하고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산림 도로) 부족 역시 진화를 어렵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 헬기 50대 가운데 5000L 이상 대형 기종은 7대뿐이고, 상당수는 3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체다. 소방청도 자체 보유 대형 헬기는 없으며 현재 임차해 운용 중인 5000L 이상급 기체는 3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사망자 다수는 60세 이상 고령층이었고 재난 문자나 대피 지시를 제때 전달받지 못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피해 지역인 경북 동북부 일대는 전국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의 연간 재해 예산은 대부분 산불 예방과 홍보에 집중돼 있다.

의성군은 전체 예산 중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이 1.7%에 불과하고 안동시는 0.5%, 영덕군은 관련 예산 항목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대피소 확보, 피난 경로 정비, 주민 경보 체계 등 실질적인 대응 인프라는 부족한 수준이다.

"지휘 일원화하고 역할 분담 체계화 필요"…장비·인력 만성 부족도 문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산불 대응 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휘 체계를 일원화하고 각 부처 간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산불 지휘권을 어느 기관이 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산불 진화는 산림청이 주관하되 대형 산불이나 인명 피해 우려 시 소방청이 개입하는 구조인데, 이로 인해 책임소재와 지휘권이 불분명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화 지휘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고, 산림청과 소방청 간 역할 분담이 불분명해 초동 대응이 지연됐다"며 "선진국처럼 산불 예방과 복구는 산림청, 산불 진화는 소방청으로 역할과 책임소재를 확실히 해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지휘권을 놓고 산림청과 소방청이 오랫동안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불이 나면 시민들이 119로 전화하는데 신고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기초지자체의 읍·면·동까지 119안전센터가 있어 초기 대응이 가능한 소방청이 산불 현장을 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적했다.

지휘 체계 자체를 바꾸기보다 기존 구조 내에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산불은 도심 화재와 다른 특성을 가지며 소방이 맡는다고 해서 더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휘체계를 통째로 바꾸기보다는 소방은 인명 대피와 마을 방어에, 산림청은 산불 진화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을 체계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만성적인 장비·예산 문제도 산불 대응의 취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형 헬기 부족과 장비 노후화, 고령 인력 중심의 진화대 구성, 감시 위주 임차 헬기 비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초기 진화를 어렵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청 관계자는 "장비와 인력, 예산 없이 지휘만 바꾸는 건 실효성이 없다"며 "현재 보유 헬기는 대부분 인명 구조용이고, 산불 진화용 대형 헬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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