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형진 교육전문기자 = 의대 열풍, 이과 선호 현상이 강화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한 고3 첫 모의고사에서 문과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과에 상위권이 쏠리면서 부담감을 느낀 중하위권 이과생이 문과로 전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과로 바꾸면 이과로 지원할 때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지난달 26일 실시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채점 결과를 분석해 20일 발표했다. 3월 학평은 교육청이 주관하는 시험으로, 고3 수험생이 올해 처음 치른 전국 단위 모의고사다.
분석 결과 수학에서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 응시 비율이 지난해 46.1%에서 올해 40.5%로 5.6%p 줄었다. 반면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통계는 53.9%에서 59.5%로 상승했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언어와매체 응시생이 지난해 37.4%에서 올해 33.8%로 3.6%p 하락했다.
의대 열풍, 이과 선호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어·수학 모두 이례적으로 문과생이 늘어난 것이다. 상위권이 이과에 몰리면서 중위권 이하 이과생이 문과로 전향했을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문과로 지원하면 '대학 간판'을 바꿔 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 의대 선호 현상으로 상위권 학생이 이과에 집중돼 있고, 서울 소재 대학 합격선도 이과가 문과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부담감을 느낀 이과 중위권대, 중하위권 학생이 문과로 전향하면서 중상위권 대학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 합격선도 그렇고 고교 내신이나 수능 점수도 문과가 이과보다 많이 약한 상황이라 이과 중위권이나 중하위권은 '대학 간판'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에서 복수 전공이나 무전공 선발 확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탐런' 현상은 더 강해졌다. 사탐런은 이과생이 학습 부담 때문에 탐구영역 2과목 중 1과목은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서울 주요 대학이 자연계열 학과에서도 사회탐구 성적을 반영하자 강화된 현상이다.
탐구영역에서는 사회탐구 응시생이 64.6%로 지난해 55.1%보다 큰 폭(9.5%p)으로 증가했다.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다. 과학탐구 응시 비율은 지난해 44.9%에서 올해 35.4%로 하락했다. 응시생 수도, 올해 고3 학생은 4만 7733명 늘었는데 사회탐구는 9만 8976명 증가했다. 과학탐구 응시생은 3만 8979명 감소했다.
임 대표는 "응시생 증가로 문과 상위권 학생이 수능 점수 확보에 다소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고 이과 상위권은 응시생 수 감소로 불리한 구도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의대 등 최상위권 학생은 과학탐구 과목이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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