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재민 이밝음 김기성 김민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10차 변론기일을 통해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 변론 종결을 예고하며 윤 대통령에게 최종 의견 진술을 무제한으로 주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증인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이 차례로 나섰다.

이날 오전 첫 형사재판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헌재로 이동했지만 한 총리의 증인신문 출석 전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계시고 총리께서 증언하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고,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양해를 구하지 않고 퇴정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원내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재를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12·3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와 관련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며 "통상과 달랐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 총리는 또 자신은 물론 참석한 국무위원 모두가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는 일부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당시 이틀 뒤 열리는 무역협회 '무역의 날' 행사에 대신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간 '반나절 만에 비상계엄을 해제했다'는 주장과 달리 적어도 이틀 이상 계엄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진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에선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적혀 있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둔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체포 명단'을 메모로 작성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해당 메모가 홍 전 차장의 최초 메모, 보좌관의 정서, 자신의 가필까지 더해진 것으로 확인되며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간 날선 공방이 일었다.
또한 홍 전 차장이 첫 메모 작성 장소를 기존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자신의 '집무실'로 정정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메모를 대리인들을 통해 주의 깊게 살피는 모습을 보였고, 마지막 발언에선 손짓을 섞어가며 격앙된 어조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고 연결해 바로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라며 "자신도 12월 6일에 해임되니 대통령의 체포지시라 엮어낸 게 이 메모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6차례 전화해 "들어가는 의원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반복했다고 진술해 이날 증인신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날 조 청장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줄곧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했다.
조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당초 경찰의 국회 봉쇄 여부, 계엄 해제안 표결 방해,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조 청장은 대부분의 진술을 형사 재판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는 비상 계엄 전 안가 회동, 계엄 선포 이후 국회 봉쇄 및 국회 경력 배치, 정치인 체포 지시 등에 대해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어 증언을 못하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형사재판을 통해 다 이야기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고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특히 '변호인 입회하에 검찰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고 '사실대로 답했느냐'는 질문엔 "조서별로 제가 그렇게 다 서명날인을 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측이 검경의 무리한 조사를 문제 삼으며 '섬망 증세는 없었나'라고 묻자,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인 12월 4일 윤 대통령에게 '수고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자신이 "뼈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선 부인했다.
조 청장은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수고했다'고 말씀하신 건 분명하다"고 확인하면서도 "질책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질책했으면 제가 다른 생각을 했을 텐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또 "'뼈가 있다'는 말은 제가 한 적이 없다"며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 상황에서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면직신청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뼈가 있다'는 말은 제가 한 적이 없다. 제가 잘 쓰는 표현은 아니고 제가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 상황에서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면직신청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인 박 경찰국장은 수사기관에서 "조 청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전면 거부했고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얘기했더니 대통령이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고 얘기해서 뼈가 있는 말로 알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찰청장을 (계속) 하냐' 이런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협조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건강을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만 언급했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조 청장은 앞서 두 차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