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정 황두현 김정은 윤주현 기자 =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 전달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또한 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음모론이 아닌 팩트 확인 차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사건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두 차례 직접 신문에 임했다.
문 권한대행은 증거조사를 마친 뒤 "피청구인(윤 대통령)에게 질문 2개와 진술 거부권을 드리겠다"며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차기환 변호사가 이에 "신문이 예정돼 있지 않았던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항의했으나, 문 권한대행은 "지난 밤에 '오늘 발언 기회를 줄 수 있냐'고 협의할 때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사 내용이 조금 부정확하고, 그러면 이것(쪽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밖에 없는데, 국방장관이 그때 구속돼 있어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며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세하게 또 물어보시면 아는 대로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의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격적인 변론 개시에 앞서 문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본인이 소추사유에 대한 의견 진술을 희망한다면 발언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권유에는 1분가량 짧은 입장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헌법 소송으로 업무도 과중하신데 제 탄핵 사건으로 또 이렇게 고생하시게 돼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저는 철 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또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장의 직접 신문 뒤, 국회 측이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증인들이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을 잠시 퇴정시키거나 가림막을 설치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자 직접 반박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이라는 게 형사소송 절차에 준해서 하는 것이고, 제가 계속 직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며 "이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이다. 그런 주장은 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하시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셨는데,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관위 전산 장비 아주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어떤 장비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그런 차원이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사당과 선관위 청사, 국회의장 공관 등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두고서도 발언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좀 저항을 하니까 스스로 이렇게 나오지 않는가"라며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는데도 국회 의결을 방해했다는 이야기를 자꾸 소추위원 측, 민주당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 갑(甲)"이라며 "제가 무리해서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못하게 한다 해도 국회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도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걸 만약 막았다고 한다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은 '절차는 밟아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국회법에 맞지 않는 아주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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