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준우 한지명 기자 = 20일 공식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향후 '금리 향방'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오는 28~29일 처음 열리는 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시그널에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내수 부양보다 트럼프 임기 초반 불확실성을 지목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고용 지표 상승과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당초보다 크게 줄었다. 미국 주요 금융사들이 금리 인하 폭과 전망을 늦추는가 하면,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아직 모호한 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대출 규제에 이어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크게 위축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3000건대에 머물렀다. 이는 7월 거래량(9216건) 대비 약 27% 수준에 그친다. 12월도 지난 17일 기준 2839건으로 4개월 연속 3000건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서울 집값 상승 폭이 크게 줄고, 전국 집값은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전월(11월) 대비 0.07% 하락했다. 이 기간 서울은 0.20%에서 0.08%로 상승 폭이 줄었고, 수도권은 0.11% 상승에서 보합(0.00%)으로 전환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간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경제 기조를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관세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국내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도 "미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고,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속도감 있는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 전망에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향방에 따라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하에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 내 정주 여건이 양호한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지방은 미분양 등 공급 물량 적체 지역 위주로 하락했다.
고 교수는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이 커질 경우 대출 민감도가 적고,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의 서울 강남권 위주로만 거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