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이기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회 전체가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극한 대립 중이다. 정부는 민심 분열을 우려해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했지만, 여야는 서로를 향해 선고 결과에 승복하라고 요구하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고 발언 수위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일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지금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의 안정과 생존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분열과 갈등보다는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법시위와 폭력을 자극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발언들은 삼가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결과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 결정에 대한 조건 없는 승복을 양당에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메시지는 탄핵 정국이 사회 전반의 '심리적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한 대행 자신이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헌재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이후에도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 역시 복귀 뒤 현재까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정작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대립을 격화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내란 수괴' '내란 동조 세력' 프레임에 맞서 야당의 대정부 공세를 '내란 행위'로 규정하며 역공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유혈사태를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헌정 파괴를 조장하는 내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아버지 이재명'을 대통령에 옹립해서 절대권력을 누려보겠다는 망상에 빠져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상현 의원은 "내란예비음모를 획책하는 민주당은 국민의 저항권으로 가루가 되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5 대 3 교착설'을 근거로 기각 또는 각하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헌재 인근에서 기각을 촉구하며 48시간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연일 승복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불복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승복은 계엄 사태 가해자인 윤 대통령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윤석열이 복귀하면 엄청난 유혈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내부에선 공개적인 불복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4선 중진 박홍근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이 기각되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식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광화문 천막당사와 집회 참석, 국회 경내 비상대기 등을 통해 선고일까지 총동원 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만장일치 파면이 선고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강성 보수층의 격렬한 반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헌재 판결을 정쟁의 도구로 삼기보다, 헌정 질서를 존중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곧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공당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승복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