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여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지지층의 절망감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60일 이내에 치러질 대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였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기 대선이 당내에선 금기어처럼 여겨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깊은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 직후 국민의힘은 약 3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의 향후 운영 방향을 놓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호 당원인 '윤 대통령과 당의 관계 설정' 문제도 이날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본격적인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하며 국민의힘은 그 동안의 '보수 결집' 모드에서 '중도 확장'으로 180도 스탠스(자세)를 변경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탄핵 정국에서 여당은 '도로 친윤(친윤석열계)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성 보수 지지층과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고사 위기에 몰리자 강성 지지층과 손잡고 거리로 나섰던 황교안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되고 헌재의 탄핵 선고가 임박했을 때는 당 내부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여당에서는 장외 집회에 이어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동참했다.
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 국면을 고려해 강성 지지층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과 사이에서 줄타기를 벌였다. 장외 투쟁에도 선을 긋고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지난 3달 동안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파열음이 분출됐다.
이제 여당은 분노한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는 한편, 중도층엔 다시 정권 창출 기회를 달라며 외연 확장을 해야 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또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단기 대선 레이스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를 길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야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항할 만한 후보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 유력 대선 주자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오세훈·홍준표 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통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을 모두 아우르는 주자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은 상태다. 당내 경선 레이스는 3~4주 내에 끝나기 때문에 그사이 유권자의 요구를 응집할 후보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범여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여권 대선 후보에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여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탄핵 이후 야당이 주도하는 분위기를 뒤바꿀만한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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