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이기림 기자 =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이 다음 달 5일로 다가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 권한대행은 복귀 후 처음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7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경제6단체장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재계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주주의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간담회에서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우리 경제와 기업에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시 모두발언에서 '기업 최우선 보호' '맞춤형 기업 지원' '안정적 경영활동' 등을 강조해 사실상 재계의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부권 행사로 인한 시장 충격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으로 선의를 달성할 수 있느냐, 부작용은 없느냐를 봤을 때 우려 사항이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원장은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거부권 행사 시 주주 보호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주무부처인 법무부 역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이사 충실 의무는)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익이 대립할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뿐 일반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결국 최종 결정은 한 권한대행의 몫이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시한은 4월 5일까지다. 이르면 4월 1일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 법안의 국무회의 상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4월 1일 국무회의에 상법 개정안이 상정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한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4월 5일 이전 정례 국무회의는 1일 하루뿐이지만,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절차는 유동적이다.
한 권한대행이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로 야당이 '재탄핵'은 물론 '내각 총탄핵'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 거부권까지 겹치면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거센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도, 한 권한대행은 경제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남은 기간 제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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