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한미동맹은 여전히 우리의 핵심 자산이지만, 미국에 의해 제기된 한미관계 변화 요구에도 주목해 외교안보적 협력망을 넓혀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대북 특사단으로 방북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14일 차기 정부의 외교·통일·안보 과제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차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한미 간 이견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첨단기술 강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유라시아 국가들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더 활발히 접촉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조현 전 주유엔대표부대사 역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을 중심에 놓고 짰던 외교안보 전략에서 벗어나 '유라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사는 "미국 중심의 다자협력 구도가 깨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이후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한러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간 다소 소원했던 한러, 한중관계를 잘 관리해야 앞으로 우리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손을 잡기 위한 대외전략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미대화 재개에 대해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북미회담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핵 협상의 여건을 조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민 교수는 그러면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오는 6월 개장하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고려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북미에 '패싱'되지 않으려면 "북한 문제를 남북관계의 관점 만이 아니라 동북아 다자협력 구도에서 폭넓게 주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핵 대응에서 대화와 협상은 필요하다"면서도 "이제 '선 비핵화'나 '빅딜'은 현실성이 없다"라고 봤다. 그는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군비통제로 접근해야 중장기적 비핵화로 나갈 길이 열릴 것"이라며 북핵 정책에서의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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