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6·3 조기 대선을 50일 앞둔 14일 보수 진영의 경선 판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20룡'에 달했던 잠재적 후보군은 경선 후보 등록일이 다가오자 10명 안팎으로 압축되면서 본격적인 판짜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최대 변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 여부가 됐다.
현재까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국민의힘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 총 7명(가나다 순)이다. 여기에 14일 홍준표 대구시장, 15일 윤상현 의원이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들어 최고치인 37%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반면 보수 주자 중에서는 2위인 김문수 전 장관 조차 9%에 그치는 등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전 대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보수 진영이 반등의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내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 3선 중진 성일종 의원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라"며 공개적으로 출마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의 독주를 막을 강력한 대항마가 없다는 위기감이 이런 움직임의 배경이다.
한 권한대행이 이번 주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경선을 거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막판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는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처음으로 2% 지지율로 등장했다. 50여년의 풍부한 공직 경험과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진보·보수 정권을 두루 거친 이력 덕에 '확장성 있는 카드'라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강한 공세(윤석열 아바타, 내란 대행)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적지 않다.
민주당도 한 권한대행의 등판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을 구심점으로 보수 대통합이 이뤄질 경우 이재명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을 '노욕' '허망론' '출마 장사' 등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그가 온건보수 및 중도층의 표심을 결집시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경선 대진표가 윤곽을 잡아가자, 주자들의 불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김기현 의원, 김태흠 충남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이미 불출마 선언한 상황에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빠져나가면서 경선 판도가 급격히 재편됐다.
특히 중도 확장성이 있는 두 주자의 불참으로 중도 확장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은 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을 압축할 계획인데, 오 시장의 빈자리를 어느 후보가 채우고 중도 표심을 누가 흡수할지 주목된다.
유 전 의원의 경우 '대선 불출마'가 아닌 '경선 불참' 입장이기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막판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여부가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중도 제3지대 후보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 역시 변수다. 이 의원은 단일화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이번 대선 역시 3%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중도 제3지대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결국 이번 조기 대선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 등이 모두 출마해 표가 분산됐던 2017년 대선처럼 다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과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단일화로 보수 진영이 승리했던 2022년의 재현 가능성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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