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감나무 20~30년 자라야 열매 풍성한데"…넋놓은 산청 주민들

열흘 만에 주불 진화…남겨진 주민 속속 귀가
"장마철 되면 불난 비탈 산사태 날텐데" 걱정

본문 이미지 - 경남 산청·하동 대형 산불 주불 진화가 완료된 30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의 불 탄 민가 뒤로 까맣게 탄 숲이 보인다.2025.03.30/뉴스1 강미영기자
경남 산청·하동 대형 산불 주불 진화가 완료된 30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의 불 탄 민가 뒤로 까맣게 탄 숲이 보인다.2025.03.30/뉴스1 강미영기자

(산청=뉴스1) 강미영 기자 = "감나무는 한 번 심으면 제대로 된 열매가 맺을 때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리는데…."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열흘 만인 30일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태마을 주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다.

불길이 잡히면서 주거지가 전소한 가구를 제외한 주민들은 전날부터 대피소에서 속속히 귀가하고 있다.

시천면 중태리에 위치한 이 마을은 민가와 밭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뼈대만 남아 주저앉은 집과 검게 타 흔들리는 대나무숲은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이날 만난 한 주민은 "산청은 감이 특산물인데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거기에 감이 풍성하게 열리려면 나무가 20~30년은 자라야 한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겉보기에 멀쩡한 나무도 문제다. 땅이 그을리면서 흙 아래에 불꽃이 남아 있다"면서 "사람도 못 견디는 열기인데 나무는 오죽하겠나. 올해는 감(수확)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지인과 집 주변을 둘러본 한 주민은 "블루베리 나무는 멀쩡하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다른 주민은 혹여나 피해를 입은 곳이 더 있을까 싶어 마을 곳곳을 살피고 있었다.

인기척이 없는 한 주택 앞에는 목줄 없는 개들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군데군데 잿가루를 묻힌 개들은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마치 주인을 찾는 듯 다가왔다.

본문 이미지 - 불에 탄 건물.2025.03.30/뉴스1 강미영기자
불에 탄 건물.2025.03.30/뉴스1 강미영기자

8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한 할머니는 "몸고생보다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감나무를 키우는 김대성 씨(80)는 다행히 화마가 덮칠 당시 마을을 떠나있던 주민 중 한 사람이다.

김 씨는 "이웃들과 잠시 서울 여행을 떠난 사이 산불이 났다"며 "다행히 우리 집은 멀쩡하지만 다른 분들 피해가 심각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A 씨는 이곳에 지내는 여동생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새벽부터 급히 달려왔다. 다행히 동생의 집은 안전했지만, 잿더미가 된 뒷산을 바라보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제는 불이 아니라 비가 걱정이다. 7~8월 장마가 시작되면 죽은 나무가 흙을 잡지 못해 산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1일 산청 시천면 신천리 한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발화 213시간 만인 30일 오후 1시 주불을 진화했다.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2602개 규모인 1858㏊로 이 불로 민가와 공장, 사찰 등 84개소가 전소했다.

경남도는 산불 피해 주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한편 주택 피해 가구에는 임시 주거지와 주거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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