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골절돼도 동물이 먼저"…산불 피해 현장 지킨 수의사의 헌신

[펫피플]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인터뷰
"단일 병원으로 가장 많은 화상 피해동물 치료"

박철 원장이 경북 영덕에서 산불 피해로 다리에 화상을 입은 오리를 치료하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박철 원장이 경북 영덕에서 산불 피해로 다리에 화상을 입은 오리를 치료하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화마가 지나간 자리, 상처 입은 동물들을 보니 제 손의 부상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 경북 영덕 산불 피해 지역에서 수의료 봉사를 펼친 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전한 말이다.

박 원장은 봉사 도중 손가락 골절로 크게 다치고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1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치료했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에게 남은 것은 깊은 화상과 외상. 박 원장은 자신의 고통보다 동물들의 고통을 먼저 생각했다.

본문 이미지 - 박철 원장이 경북 영덕에서 진행한 로얄동물메디컬그룹 3차 수의료봉사에서 다친 개를 살펴보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박철 원장이 경북 영덕에서 진행한 로얄동물메디컬그룹 3차 수의료봉사에서 다친 개를 살펴보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본문 이미지 - 6일 박철 원장 및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은 동물단체 위액트와 함께 경북 영덕 산불 피해 현장을 돌며 수의료 봉사를 진행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6일 박철 원장 및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은 동물단체 위액트와 함께 경북 영덕 산불 피해 현장을 돌며 수의료 봉사를 진행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8일 로얄동물메디컬그룹에 따르면, 영남 지역 대형 산불 발생 후 위액트(WeACT)와 함께 수의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액트와 로얄동물메디컬그룹은 현재까지 중증 상태의 동물 57마리를 구조했다. 총 294마리의 동물들에게는 현장 진료와 처치를 제공했다. 로얄동물메디컬그룹이 이번 재난에서 적극적으로 동물들을 치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풍부한 화상과 외상 치료 경험이다.

특히 박 원장의 헌신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개를 치료하던 중 물려 손가락 분쇄 골절 부상을 당했다.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응급실 방문을 권했지만, 박 원장은 "한 마리라도 더 도와야 한다"면서 자리를 지키며 진료를 이어갔다.

박 원장은 개, 고양이는 물론 소와 말, 오리에 이르기까지 100여 마리 넘는 동물들을 진료하고, 중증 상태의 동물을 서울로 이송한 뒤에야 수지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밤 12시에 정밀 검사를 한 결과는 분쇄 골절. 그는 곧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가야 했다.

본문 이미지 - 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경북 산불 현장에서 구조돼 입원 치료 중인 개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경북 산불 현장에서 구조돼 입원 치료 중인 개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본문 이미지 - 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8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박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8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그의 헌신은 단순한 직업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박 원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딸아이가 신생아 시절 심한 화상을 입고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기에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며 "고통에 신음하는 동물들을 마주하자 제 부상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오히려 현장에서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 처치만 하고 와야 했던 동물이 마음에 걸린다"며 "일단은 현재 데려온 동물들이 무사히 치료를 마치도록 전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본문 이미지 - 6일 경북 영덕에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가 화상 입은 개를 치료하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6일 경북 영덕에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가 화상 입은 개를 치료하고 있다(로얄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이번 봉사는 박철 원장을 비롯한 로얄동물메디컬그룹 의료진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으로 이뤄졌다. 그들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단일 동물병원으로 가장 많은 화상 피해 동물을 맡아 치료하고 있다.

정인성 로얄동물메디컬그룹 대표 원장은 3차에 걸친 구호 활동을 마치며 "그동안 재난 현장에선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봉사를 통해 동물 역시 재난의 피해자이며, 체계적인 구조와 관리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가 재난 시스템 속에서 수의사들이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회를 전했다.[펫피플][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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