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의 관리·감독을 맡은 삼정기업.
알고 보니 지난 2023년 부산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살인미수 피의자 불법 면회' 사건에 연루됐던 기업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른 얘깃거리들을 낳고 있다.
이 사건 관련자인 경찰 간부들은 옷 벗을 위기에 내몰리게 됐지만, 당시 불법 면회 특혜를 받은 삼정기업 회장은 청탁이 아닌 '의뢰'로 결론 내린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대상에 포함조차 안 됐다.
회장의 '단순 문의'만으로도 부산 공직사회의 기강이 흔들렸던 만큼, 부산경찰청의 대대적인 반얀트리 화재 사고 수사에도 물음표가 던져진다.
2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2023년 8월 9일 오후 4시 45분부터 5시 15분까지 부산 해운대경찰서 형사과장실에서 살인미수 피의자의 불법 면회가 이뤄졌는데 이때 살인미수 피의자와 면회한 이가 바로 삼정기업 회장 A씨다.
유치장에 입감된 피의자가 별도의 요청으로 유치장 밖에서 특정인과 접견하는 것은 불법인데 이러한 일이 버젓이 사건 담당 과장 사무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A씨의 전화 한 통이었다. A씨는 고향 선후배 사이인 경남경찰청 경무관 B씨에 전화를 걸어 '특별 면회'를 의뢰했다.
B씨는 곧장 경찰대 선배인 해운대경찰서장인 C씨에게 전화해 부탁했고, C씨는 자신의 부하직원인 해운대경찰서 경정 D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D씨의 연락처를 B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D씨는 당일 유치장 입출관 지휘서까지 허위로 조작해 A씨에게 면회 자리를 만들어줬다. A씨가 전화를 한 지 단 30분 만에 일사분란하게 이뤄진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B·C씨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또 함께 기소된 D씨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16일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회장 A씨는 정작 참고인 조사만 받았을 뿐 수사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금품을 빌미로 면회를 청탁하지 않는 이상 범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사실상 입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A씨의 행동을 금품이 수반되지 않아 청탁이 아닌 의뢰로 결론 내렸다.
B씨는 법정에서 "A씨가 고령이고 귀가 어두운 탓에 경찰 측에서 노약자 편의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봤고, 안된다면 설명과 안내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였다"며 해명했지만 모든 고령의 노약자가 그런 편의를 누릴 수 있냐는 검찰에 반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불법 면회' 사건은 지역토착기업의 영향력이 공직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유착 범죄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을 두고 한 편의 범죄영화가 연상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이번 화재 사건을 맡은 부산경찰청의 수사를 두고 못미덥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고직후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인력을 수사본부에 준하는 규모(55명)로 확대하고, 지난 18일 삼정기업을 포함한 관계기관 9곳을 압수수색했다. 유족과 작업자들의 진술을 통해 안전관리 및 교육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관련 자료를 확보해 안전 교육 여부와 현장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숙견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공동집행위원장은 "삼정기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큰 건설사인 만틈 관급 공사도 많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이 앞서 삼정기업 외에도 지역 건설사와의 유착 관계로 많은 질타를 받은 만큼 이번 수사는 규모만 키운 형식적인 수사가 아닌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정기업은 사고 여드레가 지나도록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족 측은 삼정기업에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하며 발인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화재 현장인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 촉구, 합동분양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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