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日덤핑 맞서 韓산업 지켰다"…'국내 유일' 수산화 알루미늄 생산하는 KC

세계 유일 보헤마이트 공정 기술 '눈길'…"전기차에 필수"
호주 등 덤핑 공세에도 "우리가 안 만들면 韓시장 방어 불가"

본문 이미지 - 전남 목포 KC공장에서 박찬웅 기술연구소 팀장이 공정 진행 중인 설비를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전남 목포 KC공장에서 박찬웅 기술연구소 팀장이 공정 진행 중인 설비를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영암=뉴스1) 신윤하 조현기 기자 = "수산화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KC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없으면 자원 안보가 위협 당해 국내 수산화 알루미늄 시장 가격의 방어가 안 됩니다. 저희한테 수익이 남지 않는 제품까지 생산해가면서 이 산업이 안정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설명절을 앞두고 전남 목포 KC공장에서 만난 이광봉 공장장과 박찬웅 기술연구소 팀장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KC의 일원들에게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공공성을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KC는 2001년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화학을 민영화한 후 수산화 알루미늄을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선 수산화 알루미늄이 자원 안보로까지 연결된다고?' 하지만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든 요소수도 대란 사태 이전까지는 국민들에게 낯선 자원 아니었던가.

실제로 수산화 알루미늄은 우리가 매일 쓰는 물부터 싱크대 상판까지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상하수처리제, 인조대리석, 세라믹, 내화물, 2차 전지 등에 쓰인다. 생활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등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와도 직결된다.

박찬웅 기술연구소 팀장은 "서로 거리가 멀 것 같은 곳에 수산화 알루미늄이 모두 필요한 이유는 그만큼 수산화 알루미늄 제품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며 "특히 KC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크사이트 광물에서 6종의 수산화 알루미늄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전남 목포 KC공장 ⓒ 뉴스1 신윤하 기자
전남 목포 KC공장 ⓒ 뉴스1 신윤하 기자

◇"보크사이트에서 전기차 2차전지 분리막 만드는 건 전세계에서 KC뿐"

KC는 보크사이트 광물로 다른 형태의 수산화 알루미늄을 6종까지 만든다. 6종의 수산화 알루미늄 제품을 보크사이트 광물에서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KC가 유일하다.

박 팀장은 "KC는 보크사이트 광물로 △일반제품 △슈퍼파인제품 △알루미나 △건조제품 △미분제품 △보헤마이트 6종을 만드는 기술력을 가졌다"며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고순도 소재를 만드는 공정을 채택한 곳은 전체 알루미늄 회사의 5%밖에 안 된다. 고순도 보헤마이트 제품 만드는 저희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같은 광물에서 나왔지만 6종의 기능은 각각 다르다. 더러운 물질을 응집하는 일반제품은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수처리제에 쓰이고, 불에 잘 타지 않는 슈퍼파인제품은 난연제품인 전선 등에 쓰인다.

미래에 각광받는 수산화 알루미늄 제품은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보헤마이트'다. 350℃까지 녹지 않는 보헤마이트는 전기차 2차 전지 분리막의 핵심 소재다. 내열성이 높아서 고성능 전지가 폭발하거나 빨리 방전되지 않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준다.

게다가 보헤마이트는 고순도 물질인데 사이즈 조절에도 용이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휴대폰 등 전자기기 배터리 코팅 소재에도 쓰인다. 기존에 배터리 코팅 소재로 쓰이던 고순도 알루미나가 ㎏당 2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보헤마이트는 톤당 500만원으로 4분의 1가격을 자랑한다.

이광봉 공장장은 "고부가가치 사업인 보헤마이트는 우리 연구소에서 자체 연구·개발했다"며 "전기차 확장성은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실 텐데 전기차의 성장속도를 보헤마이트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본문 이미지 - 전남 목포 KC공장에서 공정을 마치고 포장된 보헤마이트.ⓒ 뉴스1 신윤하 기자
전남 목포 KC공장에서 공정을 마치고 포장된 보헤마이트.ⓒ 뉴스1 신윤하 기자

◇일본·호주 덤핑 공세에도 묵묵히…"'국내 유일' 우리가 안 만들면 피해는 국민에게"

뚝심있게 수산화 알루미늄 길을 걸어 온 KC는 2001년 설립 이래로 지속적으로 일본·호주 등의 덤핑 공세에 시달렸다.

이 공장장은 "사라질 위기였던 한국종합화학이 KC로 살아나면서 종합화학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보이자, 2003년에는 일본 3사가 덤핑으로 KC를 없애려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일본은 우선 가격을 낮게 받은 뒤 KC가 경쟁력을 잃어 사라지면 훨씬 더 가격을 높여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일본 3사는 톤당 28만원인 소재를 일본 시장에서는 정상 가격에 팔고 한국 내에서는 13만원에 팔았다. 그 당시 소재 원가는 20만원으로,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 것이다. 당시 KC는 매일 3300만원의 적자를 보면서 버텼다.

국가의 자원 안보와 기업 이익이 둘 다 위협당하는 상황은 최근에도 일어나고 있다. KC는 지난해 4월 중국 및 호주산 수산화알루미늄 일반제품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다.

박 팀장은 "26만원짜리 소재가 13만원에 들어온다. 지금 저희는 40만원으로 팔아야 이익률 남지 않는 제로(0)상태다"며 "10만 톤을 팔면 100억원 적자가 나온다. 수산화 알루미늄을 팔면 적자인 상황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KC가 세계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보크사이트로 고순도 제품인 보헤마이트까지 만드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렵지만 복잡하게, 양은 적어도 비싼' 제품을 만들어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의 선도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KC는 현재 사실상 적자가 나고 있는 수산화 알루미늄 일반 제품들의 구멍을 보헤마이트의 수익으로 채우면서도 일반 제품 생산을 놓지 않고 있다. 박 팀장은 "우리가 안 만들면 국내에서 아무도 안 만들기 때문에 피해는 결국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본다"며 "어렵다는 점을 공감만이라도 해달라. 외산 제품 앞에 같이 똘똘 뭉치자"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보크사이트 광물로 인해 적빛을 띄고 있는 전남 목포 KC공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보크사이트 광물로 인해 적빛을 띄고 있는 전남 목포 KC공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덤핑'으로 인한 적자,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해결할 것…"무기화학은 산업의 쌀"

최근 원자재 수급난때문에 소재 국산화에 대한 고객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보헤마이트가 쓰이는 전기자동차가 부상하면서 KC의 전망은 밝다.

물론 덤핑 문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겹쳐 마냥 밝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KC는 2019년부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매출이 감소했다. KC의 지난해 연매출은 19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공장장은 "2021년 12월 기준 울트라파인, 초미립 수산화알루미늄은 KC가 전 세계 시장에서 캐파(생산능력) 4위다"면서 "2017년부터 보헤마이트 분리막 매출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미래 먹거리는 2025년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C는 수산화 알루미늄 제품군을 고부가가치로 늘리면서 회사 경영 이익 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김기범 상무는 "덤핑 등의 문제로 인한 KC의 수산화알루미늄 일반 제품들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보헤마이트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며 "무기화학은 산업의 쌀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고 국내에 공급하는 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크사이트 광물로 인해 온통 붉은 빛인 공장을 돌아보면서 박 팀장은 "계속해서 고객사들과 함께 알루미늄 소재를 선도해 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주먹을 굳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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