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딱 일주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백악관에 불러 "진정 위대한 현대차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말한 지 일주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되레 "많은 경우 친구는 적보다 무역 면에서 더 나쁘다"며 큰소리를 쳤다.
경제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정부 리더십의 공백에도 민간에서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31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발표하는 등 고군분투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 25%는 경쟁국인 일본 24%, 유럽연합(EU) 20%는 물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호주·싱가포르 10%와 비교해도 높다. 한미 FTA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미국 공산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대미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수치인 50%를 기반으로 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다만 미국이 체감하는 피해 규모를 나타낸 만큼 주먹구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간 미국 소비자에게 많은 것을 가져갔으니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더 비싼 입장료를 내라는 게 트럼프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지만 전문가들 반응은 다르다. 오히려 수출기업이 가격을 부담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대차도 우선 미국 판매가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과 맞물린 탄핵정국에 아쉬움이 남는다. 민관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정작 톱다운(Top-down)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닿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넉 달간 이어진 탄핵 정국이 마침표를 찍었다. 협상의 시간도 시작됐다. 기업들의 요청대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미국 내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정부가 아웃리치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람을 통해 듣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귀에 닿을 영향력 있는 '입'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다시 한국을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