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메타를 비롯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빅테크들이 '탈(脫) 엔비디아'를 가속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AI칩 대신 자체 설계에 나서면서 고부가 맞춤형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AI 시스템을 훈련하기 위한 자체 칩을 테스트하고 있다. 메타는 자체 AI 칩을 소규모 배치했고,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생산량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메타가 개발하는 칩은 AI 전용 작업만 처리하도록 설계돼 일반적으로 AI 워크로드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효율이 더 높을 수 있다.
앞서 메타는 추론용 AI 칩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를 자체 개발했다. MITA 칩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소셜미디어(SNS) 추천 알고리즘 구동에 사용된다.
메타가 적극적으로 AI 칩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메타는 올해 총지출을 1140억~1190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이 중 AI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이 최대 6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메타와 함께 4대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로 꼽히는 아마존, 구글, MS도 AI 인프라 투자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4대 CSP가 올해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대 3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탈 엔비디아 흐름에 빅테크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이 주목받고 있다.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주문맞춤형 반도체(ASIC)는 AI 학습과 추론 등 특정 기능에 특화돼 GPU(그래픽처리장치) 대비 가격, 전력 소모, 총투자비용이 낮다. 브로드컴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 구글, 메타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범용 메모리 시장이 중국 CXMT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고부가 맞춤형 메모리 수요 확대는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다른 AI 칩 설루션들이 나오면서 엔비디아에 의한 GPU와 HBM이라는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특화된 칩에 맞는 맞춤형 메모리를 제작해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CPU, GPU와 HBM을 연결해 AI 가속기를 만든다.
유 교수는 "일단 AI를 구동하려면 HBM이 아니라도 메모리는 많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다양한 메모리 개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벌써 넥스트 HBM을 이야기하는 상황이고, 그러면 양상이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D램을 여러 개 쌓아 만드는 HBM은 가격이 매우 비싸 최근 성능이 크게 향상된 GDDR(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이 추론 등 특정 AI 작업에서 HBM의 대안으로 언급된다.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CPU, GPU, 메모리, 저장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HBM을 보완하는 쪽으로 개발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을 만들어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메모리의 용처가 다양해지고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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