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합작법인의 실적 부진으로 올해 4분기 53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짜리 '청구서'를 떠안게 됐다. 전동화 전환으로 중국이 외국 자동차 업체의 무덤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GM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내년 초 실적 보고 시 중국 합작법인 지분 가치를 26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상각한 29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장 폐쇄와 사업 재편, 인력 축소 등 대규모 구조조정 조치를 단행해 27억 달러(약 3조8000억 원) 상당의 비용을 올해 4분기 부담하게 됐다고 밝혔다. 감가상각비와 구조조정 비용을 합치면 53억 달러에 달한다.
GM은 비현금 비용으로 회사 순익은 줄어들지만, 조정된 세전 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GM 주가는 장 중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GM은 1997년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법인인 'SAIC-GM'을 설립했다. SAIC-GM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2014년 14.7%였지만 지난 9월 6.8%로 하락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억47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에서 최근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GM 외에도 도요타, 혼다, BMW, 폭스바겐 그룹 등이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이들 외국계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0년 64.3%에서 올해 상반기 43%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5.8%에 불과했던 전기차 침투율은 41.8%까지 치솟았다.
특히 중국 판매 순위 1위였던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 BYD에 15년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실적 부진으로 독일 본사까지 위태로워지자, 폭스바겐그룹은 결국 SAIC와 운영하던 중국 신장 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당시 6.1%였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005380)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에 이어 지난 1월 충칭 공장을 추가로 매각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경제지를 중심으로 베이징현대가 내년 2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인력 30%를 정리해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징현대는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친환경차 개발과 수출 강화를 약속했다.
실제로 기아(000270)의 중국 합작법인 웨다기아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신흥국에 수출하는 전략으로 실적을 조금씩 개선 중이다. 웨다기아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월간 판매량(수출 물량 포함) 2만대를 넘기면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20만대 판매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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