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은 청년 독박" 반발에…전문가들 "청년 위한 시작점"

"소득대체율 43% 상향 청년에 유리…보험료 올라도 낸 것보다 더 받아"
"세대 갈등 조장보다 후속 개혁 논의에 힘 모아야" 지적

2025.2.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25.2.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18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청년 세대와 정치권 일각에서 '기성세대는 혜택, 청년은 부담'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래 연금 고갈 우려까지 겹치며 '청년 독박'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재정 안정화를 위한 첫걸음인 만큼 결국은 청년을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또 정치권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후속 개혁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30·40대 여야 의원 8명(국민의힘 소속 김재섭, 김용태, 우재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소영, 전용기, 장철민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천하람 의원)은 지난 23일 이번 연금 개혁안에 대해 공동으로 "당장의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고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부담은 다시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대학생총학생회공동포럼도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연금개혁은 2030 청년 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기성세대에 혜택을 집중시키는 구조로 개편됐다"며 반발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4%포인트(p),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3%p 올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보험료율을 올린 부담은 앞으로 돈을 오래 내야 하는 청년 세대에 집중된 반면, 소득대체율을 높인 혜택은 기성세대에게 집중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본문 이미지 -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국외대 등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대응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국외대 등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대응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소득대체율 43% 인상은 청년에 유리…보험료 올랐지만 미래 부담 줄이는 길"

연금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반박한다.

우선, 소득대체율을 43%로 상향한다고 기성세대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으며, 오히려 청년세대의 이익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바뀐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이는 남은 보험료 납입 기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령 55세인 가입자는 지금까지 보험료를 낸 기간은 각 시기 정해진 소득대체율이 적용되며, 내년부터 60세까지 남은 5년에 대해서만 43%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된다. 이번 소득대체율 인상이 기성세대보다 남은 가입 기간이 긴 청년에게 유리한 이유다.

보험료율이 13%로 인상된 데 따른 부담은 기성세대보다 남은 가입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에게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미래에 청년 세대가 적정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문 이미지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 독박'이라기보다는 미래에 기금이 고갈돼서 보험료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금 개혁을 하는 것"이라며 "추가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 43%를 받기 위한 수지균형 보험료율(21.2%)보다 낮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이번 개혁을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은 앞 연령대와 비교를 하기 때문인데, 현 청년 세대가 받는 13%·43%도 내는 돈에 비해 급여를 훨씬 많이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어려움이 닥치며 어쩔 수 없이 젊을수록 조금 더 부담을 지게 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지금 청년도 뒷세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를 올렸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조금이라도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24일 K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아직 보험료를 내는) 베이비부머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분들이 있을 때 돈을 내고 나가야 한다"며 "그 돈을 (베이비부머가) 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젊은 분들이 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개혁은 끝 아닌 시작점…후속 개혁에 힘 보태야"

본문 이미지 - 2025.3.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25.3.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번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가 연금을 탈 무렵이면 기금이 고갈돼 결국 혜택을 못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이번 연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기는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진 데 불과하며, 기금수익률을 4.5%에서 5.5%로 높여도 2071년까지 15년 연장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개혁안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단 한 차례의 개혁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친 크고 작은 개혁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프랑스·일본·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수십 년에 걸친 사회적 논의와 여러 차례의 개혁을 거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석 교수는 "이번 개혁이 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교두보의 역할을 하는 개혁이라는 점은 처음 계획에서부터 밝혀졌던 것"이라며 "연금 제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인데, 이렇게 쉽게 신뢰를 깨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 대표는 "일부 정치권에서 지난 개혁을 청년 독박으로 표현하는 건 객관적으로도 맞지 않고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후속 개혁을 위해 더 노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야지, 청년 독박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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