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건선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 중 하나로 은백색의 비늘로 덮인 붉은색 판 모양의 발진이 전형적인 증상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두 번의 치료를 통해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호전된 건선이 다시 악화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판상 건선으로 진단된 환자들을 10년 동안 관찰 연구한 결과 약 80%의 환자는 병변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은 노출된 피부 부위에 흔히 발생해 환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회생활에 있어 부정적 경험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환자 삶의 질이 좋지 않은 주요 질환으로 꼽힌다.
이러한 건선 치료 환경에서 최근 건선 유발요인에 대한 여러 면역학적 기전이 규명됨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바이오의약품(생물학적 제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건선 환자의 몸속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인 면역 매개 물질이 과도하게 증가해 있다.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나 인터루킨-17, 인터루킨-23 등이 대표적이다. 건선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은 이들 특정 면역 매개 물질을 차단하거나 억제해 건선의 진행을 막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기전을 나타낸다.
1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는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와 인터루킨-12 억제제 등이 꼽힌다. 인터루킨-17·23 억제제는 2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에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인 '빔젤릭스'(성분명 비메키주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광선 요법 또는 전신 치료요법이 있어야 하는 성인 환자의 중등도에서 중증의 판상 건선 치료제로 허가됐다.
빔젤릭스는 인터루킨-17A 혹은 23 등 하나의 유발 요인만을 타깃해 차단했던 기존 바이오의약품과 달리 인터루킨-17A와 17F를 동시에 이중으로 타깃하는 판상 건선 치료제다.
인터루킨-17A 와 17F는 건선 질환에서 염증 과정을 유발하는 중추적 역할의 사이토카인(Cytokine)이다. 인터루킨-17A·17F의 농도 상승은 판상 건선을 포함한 여러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의 발병기전과 관련이 있다.
인터루킨-17F는 인터루킨-17A에 비해 영향력(potency)은 낮지만, 건선 병변에서는 약 30배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선이 진행될수록 초기에는 주로 인터루킨-17A가 분비되지만,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루킨-17F가 분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빔젤릭스는 이러한 인터루킨-17A·17F 두 사이토카인에 선택적으로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해 인터루킨-17RA·17RC 수용체 복합체와의 상호 작용을 차단하는 인간화 IgG1 단일 클론 항체이다.
빔젤릭스는 만성적인 건선 병변에서 더욱 많이 존재하는 인터루킨-17F를 추가 차단함으로써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더욱 효과적으로 염증을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을 지닌 바이오의약품이다.
빔젤릭스 치료 유효성은 모든 비교 임상시험에서 기존 바이오의약품 대비 유의하게 높은 PASI 100 도달률로 확인됐다. PASI는 건선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수로 붉은 정도를 나타내는 홍반과 각질, 건선의 두께와 넓이를 포함해 평가한다.
예를 들면 PASI 90은 치료 전 평가한 PASI 점수가 치료 후 90% 이상 감소한 수준의 호전 상태를 뜻한다. PASI 100은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 호전된 것을 의미한다.
빔젤릭스를 인터루킨-17 억제제와 비교한 임상시험(임상명 BE RADIANT)에서 PASI 100 도달률은 빔젤릭스군 61.7%, 대조약 48.9%로 나타났다. 해당 임상에서 빔젤릭스는 최초 1회 투여 후 4주 만에 71% 환자가 PASI 75를 달성해 47.3%를 보인 대조약 대비 투여 후 빠른 치료 유효성을 보였다.
또 다수의 임상 3상에서 확인된 빔젤릭스의 PASI 100 도달률은 공개연장연구(연구명 BE BRIGHT) 결과 3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것이 확인됐다.
건선은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두피나 손발톱, 손발바닥과 같은 부위는 치료가 어려워 여전히 치료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빔젤릭스는 임상 시험 결과 손발톱 건선과 두피 건선, 손발바닥 건선 등 치료가 어려운 부위에서도 높은 치료 유효성을 보였다.
빔젤릭스는 또 이전에 바이오의약품을 활용한 치료 여부, 약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계열에서 높은 PASI 90 반응률이 관찰돼 높은 수준의 치료 유효성이 확인됐다. 1회 320㎎으로 첫 번째 투여 후 4, 8, 12, 16주에 피하투여 하는 약이다. 이후에는 8주마다 투여해 유지 요법 시 해마다 6회만 투여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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