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향해 "중대 패배자"(Major loser)라고 부르며 기준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Preemptive Cuts)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에너지 비용이 크게 하락하고 식료품 가격(바이든의 달걀 참사 포함)도 상당히 낮아졌으며, 대부분의 다른 물가도 하락세를 보인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비용들이 이렇게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예측대로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을 수 있지만 항상 너무 늦는 사람이자 중대 패배자인 (파월이)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일곱 번이나 내렸다"며 "파월은 항상 늦었다. 그가 늦지 않았던 유일한 때는 바로 선거 기간이었는데, 그때 (파월은) 슬리피 조(조 바이든 전 대통령), 나중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 보라"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파월 의장은 고율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소비 및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이번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앙은행이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를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다음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장에서 "내가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면 그는 물러날 것"이라면서 파월을 압박했다.
또 같은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파월 의장의 전날 연설 내용을 문제 삼으며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파월 때리기를 두고, 자신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경우 그 책임을 금리정책을 펴는 연준에게 돌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당장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통령이 스스로 경기 둔화를 언급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금리인하와 연동시켰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력에도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4.25~4.50%)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이후 풀렸던 유동성으로 치솟았던 물가가 겨우 안정을 보이다 관세로 인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인데, 그는 중도 사퇴 의사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니요"라고 답하며 임기를 다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의 핵심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파월을 해임하려는 시도는 금융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과는 다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불확실성으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증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확대 등으로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는 2.48%, S&P500은 2.36%, 나스닥은 2.55% 각각 내리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2% 이상 빠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중 97.9까지 떨어지는 등 2022년 3월 이후 3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수익률(시장금리)은 4.4%를 다시 넘어섰다.
이에 비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