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후 첫 주말, 미국 전역의 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무원 대량 해고, 이민자 추방 등으로 쌓여오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상호관세 부과를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은 미국 50개 주와 미국령, 해외 12개 지역에서 150개 이상의 단체, 60만명 이상이 '핸즈오프(Hands Off!·손 떼!)'라는 이름의 이번 시위에 참가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지역은 워싱턴DC로, 주최 측은 당초 이곳에 4일 밤까지 2만 명가량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최 측은 5일 오후 시위대가 예상치의 5배나 넘어선 10만 명까지 모였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시위 인파에 경찰은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이 있는 내셔널 몰 주변 거리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백악관도 예정되어 있었던 봄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상호관세 정책 발표 후 불만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월 46%에서 4월 54%까지 크게 늘었다. 관세가 물가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도 같은 기간 68%에서 75%까지 증가했다.
은퇴한 생물의학 학자라고 밝힌 테리 클라인은 "이민부터 정부효율부(DOGE) 문제, 이번 주 관세 발표, 교육까지 그 모든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클라인은 "우리나라 전체, 즉 모든 기관과 미국을 미국으로 만드는 모든 것들이 공격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목축업자인 잭 베렌드(28)는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허드슨밸리에서 새벽부터 차를 몰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히 정치적인 목적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치 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베렌드는 "난 (시위의) 중심에 있고 싶었고 워싱턴DC는 확실히 그 중심지"라며 "억만장자와 부자들이 우리 정치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이 정말 싫다. 그건 이 나라의 기초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도둑질을 멈춰라' '민주주의에서 손 떼라'를 비롯해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여성들은 '낙태는 의료행위다'라는 팻말을, 학생들은 '내 교육에서 손 떼'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를 치며 주말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약 6㎞ 떨어진 곳에서도 약 400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는데, '증시는 폭락하는데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는 팻말을 든 참가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트럼프 반대 시위는 미국 밖에서도 이어졌다. 유럽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및 국내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단체 중 하나인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Moveon)의 브릿 자코비치 대변인은 트럼프 1기 당시 시위는 워싱턴DC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소규모 집회가 트럼프 1기에는 시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도 뻗어가며 이웃과 친구들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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