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고위 관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래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진전을 본 휴전 협상이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걸려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NN은 1일(현지시간)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제협력특사가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양국의 관계 강화에 대해 회담할 예정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고위 관리가 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는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다.
드미트리예프가 미국 입국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국무부는 드미트리예프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재무부에 제재를 일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가 1월 취임하고 양국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데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버드 출신인 드미트리예프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첫 종전 협상을 이끈 러시아 측 인사이며, 위트코프와 협력해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회장으로 있다. 푸틴과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대상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2022년 당시 "푸틴과 측근들은 RDIF와 드미트리예프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푸틴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사전 단계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 휴전안에 합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3년 넘게 지속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휴전 협상에 물꼬를 텄다.
이후 미국 대표단은 지난달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각각 만나 대화를 중재하는 방식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 에너지 시설 부분 휴전에 이어 흑해 해상에서도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자국 농산물·비료에 대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실제 합의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 조건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검토를 진행했지만 제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연합(EU)이 이를 거부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에 러시아에서도 휴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날 현지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이 제안한 모델과 해결책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의 형태 그대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순 없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푸틴을 향해 "매우 화가 났다"며 "만약 러시아와 내가 전쟁을 멈추는 데 실패하고 그게 러시아 탓으로 판단된다면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그 사이에 양국은 서로가 기존 합의를 어기며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러시아 측의 휴전 위반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우리는 에너지 분야의 (휴전 합의를) 러시아가 어긴 것에 대한 모든 필요한 정보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며 "러시아가 미국에 약속한 것을 어기고 있는 만큼 제재를 강화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고위 안보 당국자들과의 비공식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휴전 위반 사항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의) 위반 목록을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