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머스크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동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감싸기 바빴다.
머스크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의회를 선출했는데,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건 국민이 뽑지 않은 관료들이라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관료주의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DOGE 수장으로서 휘두르고 있는 해고의 칼날을 정당화했다.
트럼프는 또 "행정명령에 서명해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머스크의 추진력과 명석함을 칭찬했고, 인터뷰를 진행한 폭스뉴스 앵커 숀 해니티는 '형제 같다'라고 표현했다.
로이터(Reuters)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정부 공무원은 전체적으로 23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2~5%(4만 6000~11만 5000명)를 감원하는 게 트럼프와 머스크의 목표다.
NYT는 18일 기준 정부 기관에서 총 2만300여 명이 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머스크 두 사람은 연방정부 개혁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뜻이 잘 맞을 수밖에 없는 이력을 각각 갖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워싱턴DC의 공무원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여긴다. 지난 대선 내내 공무원 핵심 기득권 세력을 이른바 '딥스테이트'로 명명하며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별러왔다.
절치부심하던 트럼프에 다가간 이가 머스크다. 머스크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유세를 지원하며 관료조직의 비효율성을 트럼프에 자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을 앞세운 머스크는 기업가 경력 전반에 걸쳐 '규제' 역할을 하는 연방정부와 대립해 왔다.
그는 페이팔 시절부터 금융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느꼈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안전규제에 부딪혔다.
로켓 재사용이라는 혁신적 기술을 선보인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방항공국(FAA) 등의 엄격한 규제의 벽을 넘어야 했다.
또 뉴럴링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규제에 직면해 있고, 소셜플랫폼 엑스(X)는 금융규제 및 인공지능(AI) 관련 규제와 씨름해 왔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 "건국 이래 연방 기관이 거의 매년 두 개씩 생겨나고 있다. 과잉 규제에 의한 목 조르기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일론 머크스의 정부 혁신 방식은 기업가적 경험에 근거한다. 머스크는 X로 이름을 바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한 후 임직원 80%를 감원한 경험도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연방 공무원이 230만 명에 달할 필요가 없고, 이들이 민간 기업에 나가서 일하는 게 국가에 더 이득이라고 본다.
트럼프 취임 전 428개였던 연방기관에 대해 머스크는 "99개면 충분하다"라고 했었다.
머스크는 작년 11월 트럼프로부터 DOGE 수장에 임명된 후 엑스에 DOGE 계정을 만들고 "비용 절감을 위해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수 있는 초고지능(super high-IQ)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라는 글도 올린 바 있다.
이는 필요하다면 AI와 같은 다양한 신기술을 이용해 행정 인력을 대체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인력을 활용한다는 그의 기본적인 정부개혁 구상의 다른 표현이다.
단순히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시스템 자체를 기술 기반으로 재구축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일 연방정부 조직을 개혁하려는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로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머스크는 전날 트럼프와 공동 인터뷰에서 "저는 세상을 개선하는 기술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면서 정부 개혁에 임하는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향해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그를 추켜세우고 공무원 사회의 개혁 필요성을 피력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왔다.
전날 '백악관이 확인한 머스크의 공식 지위는 백악관 고문이라는 점에서 월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라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트럼프는 "그를 컨설턴트라고 부를 수도 있고, 직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부를 수 있지만, 일론 머스크는 애국자"라며 감쌌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20대 젊은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된 머스크의 DOGE팀 성과를 홍보하는 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민간 기업의 CEO인 그가 연방정부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그는 테슬라, 스페이스X, 엑스, 엑스AI(xAI),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6개 기업을 보유한 기업인이다.
대표적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가 2022년 10월 엑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 취득을 늦게 공시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조사를 진행하다 머스크가 소환을 거부하자 소송까지 제기했었다.
그러나 SEC의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교체됐으며, 5명의 위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 2명이 떠나 공화당이 다수가 됐다. SEC의 머스크 조사는 소정의 벌금 부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7월 안전점검 절차를 완수하지 않은 채 로켓 발사를 강행했는데, FAA로부터 벌금 약 28만 달러를 부과받았다.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FAA를 비난하며 마이클 휘터커 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는데, 정권이 바뀌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업무를 들여다보던 FDA 직원들도 20여명이 해고됐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경우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 시 제공하는 대출금 회수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 수백 건을 조사 중이었지만, 트럼프는 최근 CFPB에 업무중단 명령을 내렸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CFPB를 없애려는 시도는 선거 캠페인 기부자들에 대한 보답이다. CFPB는 의회가 만들었다"면서 '월권'을 지적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현재 의기투합했지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언제든 결별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일론은 결정권이 없다'면서 모든 것은 통제 하에 이뤄진다고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트럼프의 확실한 발언은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말을 인용,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과격한 조치에 대해 다른 사람이 책임지게 해 이득을 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