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정지윤 기자 = 중국은 일본 국회의원 70여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한 데 대해 "역사와 정의를 공공연하게 모독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주일중국대사관은 23일 입장문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가 대외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정신적 도구이자 상징으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14명의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사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해 잘못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을 재차 반영하고 있다"며 "이미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이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한 것을 뜻한다.
중국은 "올해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으로 침략 역사를 올바르게 대하고 깊이 반성하는 것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자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지금까지의 약속을 지키고 야스쿠니 신사 등 역사 문제에 있어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며 군국주의와 철저히 단절하고 실질적 행동으로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하며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에 더 이상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아사히TV에 따르면 일본의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 '다 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みんなで靖国神社に参拝する国会議員の会)' 소속 의원 72명은 전날(22일) 춘계 예대제 기간에 맞춰 집단 참배했다.
이 모임은 매년 봄·가을 예대제 및 패전일마다 집단 참배를 감행하고 있다. 자민당, 일본유신회, 입헌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차기 총리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이날 개별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이후 기자들에게 "조국을 지켜내는 어려운 일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국가 정책에 의해 순국하신 분들의 정신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뜻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빠지지 않고 야스쿠니를 찾는 단골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인 21일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라고 적힌 목판이 부착된 '마사카키(真榊·비쭈기나무)'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예대제 기간 중 참배할 예정이 없다.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역사 문제 등에서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된 이시바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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