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경제가 저성장와 고물가가 합쳐진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재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그라들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이민자 추방에 따른 성장 저해로 발목이 잡힐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미국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정책에서 한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수 있다.
트럼프의 친성장 의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이어 저성장 공포를 부추기며 펀드매니저들의 스태그플레이션 기대는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내년 중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투자자의 비중은 7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관세와 이민자 추방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둘 다 공급에 부정적 충격을 가한다"며 유가 급등과 같은 부정적인 공급 충격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관세와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상품과 노동력 공급이 위축되며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촉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들해진 것도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친성장 의제로 미국 경제가 왕성한 수요에 힘입어 더 성장하며 주식, 미국 달러, 국채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유럽에 비해 주춤해졌고 달러와 국채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 정책 위험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에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12월 초 이후 처음으로 150엔 밑으로 떨어졌다. 금값은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온스당 3000달러 고지를 눈 앞에 뒀다.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이노베이터 자산관리의 팀 어바노위즈 수석 투자전략가는 말했다. 그는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라는 기반 위에 관세가 소비자에 대한 세금으로 작용하고 수익과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어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우려를 인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감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팁에 대한 세금 면제, 사회보장과 관련한 세금 면제,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면제"를 언급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일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레 총재는 20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을 더 경기제약적 경로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인들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아니라 인상해야 할 처지에 연준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대규모 관세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직후에 발생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당한 공급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약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연준을 비롯한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연준이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 선택해야 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가 성장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일시적이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른바 최적의 관세를 적용하면 달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억제된다는 논리다. 지난달 16일 트럼프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적 관세이론에 따르면 10% 일률 관세를 사용하면 전통적으로 통화가치는 4%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캐피털그룹의 자산 클래스 서비스 책임자 매디 데스너는 로이터에 장기적으로 보면 관세는 성장을 촉진하여 전 세계적으로 경쟁 완화로 혜택을 받는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은 3% 수준으로 1970년대의 7%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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