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10년간 갈등 빚은 교황…'미국 패권주의가 싫어'

트럼프 이민 정책 반대…'임신중절 옹호' 해리스도 비판

본문 이미지 - 2017년 5월24일 바티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그리고 이방카 트럼프.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가난 표정으로 사진에 찍혔다.ⓒ Evan Vucci/AFP
2017년 5월24일 바티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그리고 이방카 트럼프.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가난 표정으로 사진에 찍혔다.ⓒ Evan Vucci/AFP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 나이로 선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기념행사에서 "교황님은 좋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교황님은 좋은 분이셨고, 열심히 일하셨으며, 세상을 사랑하셨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소셜미디어에도 교황의 안식을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의 서거 후 예의를 다해 애도를 표현하고 있지만 몇몇 언론들은 입을 모아 트럼프와 교황 두 사람의 10년은 갈등의 시간이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와 NPR 등에 따르면 2013년 교황이 즉위한 지 몇 달 후인 그해 12월에 트럼프는 "새 교황님은 겸손한 분이시고, 저와 매우 흡사하다. 아마도 내가 그분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하지만 상황은 곧 악화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하자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다리를 짓는 게 아니라 벽만 쌓을 생각만 하는 이는 그가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선 캠페인 동안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신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또 트럼프는 "누가 봐도 이슬람국가(ISIS)의 궁극적 트로피가 될 곳인 바티칸을 ISIS가 공격한다면 교황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도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하고 비꼬았다.

서로 설전을 벌였지만 두 사람이 처음 얼굴을 맞댄 것은 2017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5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만났고, 이후 기자들에게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는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배포된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옆에 서 있는 교황은 매우 화난 표정이어서 만남이 실제로는 화기애애하지는 못했음을 시사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몇 시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을 "모두에게 기회와 환영의 땅"이라고 묘사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오, 차별, 배제가 용납되지 않는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 후 트럼프가 1기 때보다 더 강경한 이민정책을 펴자, 교황은 다시 한번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교황의 진보-보수 입장 차이가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출신 예수회 신부로서 그의 배경과 더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일부 정책에도 반대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민자 추방을 주장하는 사람과 임신 중절을 옹호하는 사람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해리스를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교황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근본적 반대를 표명해 왔다고 본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인데 프란치스코 재임 기간 바티칸은 그 반대편인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쪽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쪽도 갈등을 빚던 바티칸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향은 없어 둘은 끝까지 골을 좁히지 못했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황청 대사로 교황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 온 가톨릭 유권자단체 대표 브라이언 버치를 임명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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