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세상 좋아졌네요."
만 37세 생일을 하루 앞둔 경기에서 팬들과 함께 미리 생일 파티를 한 김연경(흥국생명)이 이렇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긴 프로 생활에도 많은 관중들의 축하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한 김연경은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흥국생명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4 18-25 25-20 25-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은 시즌 전적 26승5패(승점 76)가 돼 정규시즌 1위 확정까지 승점 1점을 남겼다.
김연경은 이날 20점을 올리며 투트쿠 부르주와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3세트 여러차례 중요한 공격을 성공시켜 역전을 이끌기도 했다.
김연경에게 이날 경기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었다. 1988년 2월 26일 생인 김연경은 37번째 생일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홈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선 6067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차 올 시즌 4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경기 중 전광판을 통해 김연경의 생일을 알리며 함께 축하했다. 흥국생명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엔 팬들이 남아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고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김연경도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경기장에 커피차를 불러 총 500명의 팬들에게 커피를 선물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경기를 뛰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만 36세로 뛰는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는 했다. 이제 37세가 된다고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여느 때처럼 덤덤하게 경기에 임한 그지만, 팬들과 함께 한 생일 파티만큼은 큰 의미를 뒀다.
그는 "많은 팬분들이 경기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면서 "내일 생일이라 파티까지 하게 됐는데,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과 파티를 한 게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 감사하고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생일 전야제를 시끌벅적하게 치렀지만, 막상 생일 당일엔 별다른 일정이 없다고 했다.
김연경은 "일단 빨리 숙소에 가서 짐 정리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면서 "생일 파티 계획은 없다. 내일이 휴식일이라,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올 시즌이 현역 마지막 시즌이라고 공표한 김연경은 매 경기 만원 관중을 몰고 다닌다. 김연경을 마지막으로 상대하는 원정 팀도 각종 이벤트 등으로 '은퇴 투어'를 열어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하고 있다.
김연경은 "은퇴투어가 생각보다 부담이 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 "감정적으로 하고 싶지 않아서, 경기를 뛸 때 마다 '마지막이구나'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V리그 복귀 이후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보지 못한 김연경은, 마지막 시즌에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일단 팀이 정규시즌 1위에 가까워지면서 그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김연경은 "코보컵부터 시즌 초반까지 어려운 순간이 많았는데, 잘 버티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내일 정관장 경기에서 확정될 수도 있지만, 그 경기와 관계없이 3월 1일 정관장전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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