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침체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한화 이글스가 타선이 살아나면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순위를 더 끌어올리려면 남은 숙제를 해결해야 있다. 'FA 이적생' 엄상백의 기사회생이다.
한화는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류현진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5⅓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고, 타선도 8개의 안타로 4점을 뽑는 응집력을 보여주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인천 원정 3연전을 스윕하며 4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11승 11패로 5할 승률을 회복하며 SSG(9승 9패)와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지난주 두산 베어스전부터 키움 히어로즈전, 그리고 SSG전까지 3연속 위닝시리즈로 완연한 상승세를 탔다.
1할대에 허덕이던 팀 타율은 어느새 0.230까지 올라왔고, 개막 후 좀처럼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퇴출설까지 돌았던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은 9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복덩이'로 탈바꿈했다.
채은성과 노시환 등 토종 타자들의 타격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걱정거리였던 타선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가장 큰 고민에서 자유로워진 한화 벤치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바로 선발 투수 엄상백이다.

엄상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KT 위즈를 떠나 한화와 4년 최대 총액 78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건 한화가 거액을 투자해 데려온 '야심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엄상백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성적이 이를 방증한다. 3차례 등판 경기에서 모두 패전 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도 6.75로 높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의 덕목인 '이닝이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전에서 4⅔이닝을 던진 엄상백은 이후 출전한 두 경기 모두 3이닝만 던지고 조기강판됐다.
5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을뿐더러 3경기 10⅔이닝 동안 볼넷을 8개 내줬다.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42개의 볼넷을 허용한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제구가 마음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타자들과 볼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하다 보니 투구 수는 많아지고, 결국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다른 선발 투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가 모두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상백의 저조한 활약은 아쉽기만 하다.
엄상백은 18일 홈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홈구장 안전 검사 문제로 두산과 주중 3연전을 건너뛴 NC는 5일 만에 경기를 치른다.
엄상백은 지난 시즌 NC를 상대로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3.25로 꽤 잘 던졌다. 좋았을 때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나아진 모습으로 몸값에 걸맞은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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